괜찮다는 말이 버릇이 되었다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은 울고 있었다

by 김기수


괜찮다는 말이 버릇이 되었다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은 울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 말을 하루에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내 눈을 보고 묻기도 전에, 나는 먼저 말했다.

‘괜찮아요, 정말요.’

습관처럼,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

이제는 내가 나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무언가 무너져 내려도, 마음이 뾰족하게 다쳐도,

항상 그래왔다.

“괜찮아. 나니까 괜찮아.”


그런데 정말 괜찮았던 적이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는 말이, 정말 괜찮아서 하는 말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더 상처받기 싫어서 꺼낸 방어막이었는지.

조금만 더 힘들다고 말하면,

모두가 나를 감당하지 못할까 봐,

불편해질까 봐,

애써 참아왔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내 감정을 말하는 게 민폐처럼 느껴졌다.

‘나는 지금 좀 지쳤어’라고 말하면

그 말이 너무 무겁게 들릴까 봐 삼켰다.

대신 괜찮다고 웃었다.

그 웃음이 무너진 마음을 숨기는 가면이었단 걸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나도 모른 척했다.


누구에게 털어놓기도 애매한 기분.

구체적인 이유는 없는데 자꾸 가라앉는 날.

그럴 때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섰다.

누군가가 걱정이라도 해줄까 봐,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아무 일도 없지 않았는데.


감정은 말하지 않으면

서서히 내 안에서 자라난다.

슬픔이 자라고, 외로움이 쌓인다.

그러다 어느 날,

전혀 상관없는 장면 앞에서

눈물이 터져버린다.


울고 싶은 마음은 이유가 필요 없는데

자꾸 이유를 찾는다.

‘이 정도로 힘든 일이었나?’

‘이걸로 힘들다고 해도 되나?’

스스로를 깎고 의심하고,

감정을 무시하고,

그러다 마음이 망가진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괜찮지 않을 땐,

그 감정을 그냥 인정해주기로.

기분이 가라앉을 땐

억지로 끌어올리려 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잠시 앉아 있어주기로.

외로울 땐 외롭다고,

지칠 땐 지쳤다고

나에게 말해주기로 했다.


괜찮지 않은 날은 괜찮지 않아도 된다.

괜찮은 척을 멈추는 순간,

비로소 내가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그런 날을 지나고 있진 않나요?

괜찮지 않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그저 ‘오늘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하루를 넘기고 있진 않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오늘, 괜찮지 않았어.”

그 한마디가

당신을 무너뜨리는 말이 아니라

당신을 지켜주는 말이 되길 바랍니다.


내일은 조금 더 솔직한 하루가 되기를.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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