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침묵으로 남은 마음은 어디로 가는 걸까

by 김기수

그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침묵으로 남은 마음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울고 싶지도, 웃고 싶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 속에서

그저 조용히 하루를 버텼다.


어떤 위로도 반기지 못한 채

“괜찮아?”라는 물음에 고개만 끄덕였다.

내 마음은 괜찮지 않았지만,

그걸 말해봤자 뭐가 달라질까 싶어서.


어쩌면 그건, 나를 지키기 위한

작은 침묵이었는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없는 게 되어버리는 감정들.

하지만 정말 없어진 걸까.

나는 기억한다.

그날의 공기, 내 마음을 누르던 묵직한 감정,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나 자신까지.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말을 했더라면 조금은 괜찮아졌을까?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꺼내 보였더라면,

나를 덜 미워했을까?


하지만 나는 지금도 알고 있다.

그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내가

비겁했던 게 아니라,

그저 너무 지쳐 있었던 거라는 걸.


감정은 언제나 말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너무 커서,

때로는 너무 복잡해서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깨져버릴까 두렵다.


그날 나는 그런 두려움 속에서

그저 침묵을 택했다.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다면,

그날의 나에게 이렇게 전하고 싶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그 침묵마저도 너의 방식이었으니까.”


그리고 혹시,

오늘 또 아무 말 없이 하루를 넘긴 당신이 있다면

이 글이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봐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꺼내지 못한 말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의 글 속에 도착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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