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비들로 공간 채워보기
내가 쓰는 보통의 줄글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를 구성했었으니, 오늘도 시간 흐름에 따른다. 해당 기록에 사용된 영상과 사진, 그리고 일부 포함되지 않은 사진들은 영상으로 편집해서 Youtube 에도 업로드 해 두었다. 낮은 퀄리티의 영상이지만, 진입로와 아침의 주변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근교에서 캠핑이 가능한 곳을 찾아보던 중 한 번쯤은 가봐야 생각했던 곳. 금산 적벽강 오토캠핑장으로 검색되는 위치 근방의 노지 사이트에 다녀왔다. 처음 생각은 2박 3일을 계획했었으나, 첫날의 저녁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바뀌었고, 1박 2일로 마무리했던 나들이다. 금요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토요일에 복귀한 여정이다. 왜인지 모를 불안감이 스스로를 괴롭히던 일상에 연차를 하루 사용하고 밖으로 다녀왔다. 굳이 틈을 만들어서 외출을 하는 것은 소소함이 만들어 주는 여유를 찾기 위함이다. 어찌 보면 스스로를 향하는 위로라고 볼 수 있겠다.
출발은 2명이었다. 사용하는 메인 캠핑장비는 내 것만 가지고 나가는 것으로 했다. 한 번쯤 불용품의 구분과 크기를 줄일 장비를 필터링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친구들이 가진 랜턴류는 제외. 도착해서 가장 먼저 상의한 것은 어떤 기록들을 남겨 볼 것인지였다. brunch에 글을 작성하는 것을 먼저 시작하기는 했었지만, 유튜브에 영상을 만들어서 기록하자는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영상이나 사진을 조금 더 많이 남기자고 상의했던 것이 시작점이다. 그러다 보니 영상 촬영에 편집, 채널 업로드까지 하게 되었다. 뜻밖의 취미 부자가 탄생했다. 물론 영상을 찍는 것은 친구들이 같이 찍어주고, 원본을 받는 식으로. 완성된 영상의 퀄리티야 말도 못 할 정도로 처참하지만, 영상 플랫폼의 기록을 다듬어서 남기는 것은 글로 남겨둔 기록과 다른 느낌이 있다. 새로운 기분에 의미를 두고 고행길을 하나 더 걷는 것으로 한다.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과 사진의 질이 성에 차지 않아 미러리스까지 구입한 것은 비밀이다. 덕분에 brunch에 담을 사진과 영상도 퀄리티가 올라가게 되었다.
여느 캠핑장에 가던 비슷하겠지만, 이번 외출로 다녀온 곳은 그늘이 없는 장소이다. 더운 시간 때에 도착했지만 향후를 위해 그늘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관리되는 오토캠핑장이야 사이트마다 적정선의 나무 그늘이 있고, 또 관리되고 있지만 노지의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시에서 잔디가 너무 높게 올라오지 않도록 쳐내 주는 관리 해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드릴 일이다. 타임랩스를 촬영할 때의 목표는 텐트의 완성 까지였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타임랩스의 촬영이 중단되었다. 아마도 휴대폰에 떠 있던 스팸 광고 전화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타프를 치는 방법을 유튜브에 열심히 찾아본 결과 혼자서 칠 정도의 정보를 습득했다. 물론 두 명이서 갔으니 둘이서 치는 것이 훨씬 빠르다. 다만, 혼자서도 가능해야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간 캠핑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 싸움이 나지 않는다고 들었다. 즐겁자고 같이 나간 캠핑에 싸우게 된다면 슬픈 일일 것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다. 물론 아직까지도 친구들끼리 다니는 캠핑이 전부이다.
텐트(쉘터) 설치까지 끝나고 난 후엔 자리를 깔고 맥주를 한잔 했다. 날씨가 워낙 좋기도 했고, 쉘터 안에 들어가서 낮잠을 자는 걸 선택했다. 늦게 출발을 알려준 친구가 도착하면 일어나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다. 한 시간 정도 누워있었더니 한 명 더 도착하는 차 소리가 들렸다. 식재료들은 아이스박스에 옮겨 담고, 가져온 전등의 설치를 시작했다.
가져온 전등의 일부이다. 캠핑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전등에 왜 그렇게 사람들이 돈을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활동할 곳을 밝혀 줄 밝은 것 하나면 충분하지 않나. 그렇지만 몇 번의 밤을 지내고 나니 랜턴에 슬슬 관심이 가는 것이,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하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사진의 왼쪽은 길버트 랜턴( 좌측), 친구가 가져온 것은 보름달 무드등과 그린 에코 라이팅 두 개다. 밤이 되고 전등에 하나 둘 불을 켜면 왠지 모르게 아늑한 느낌이 든다.
랜턴 설치는 이후에도 위치를 몇 번 바꾸긴 했지만, 얼핏 설치가 끝난 후에 첫 끼니로 대패 삼겹살과 통마늘을 구워서 먹었다. 특별하다고 할 것 없는 익숙한 맛이다. 그래서 더 좋은 맛이다. 먹고 나서는 맥주나 한잔 두 잔 하면서 해가 넘어가는 걸 기다렸다.
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느낀 게, 글의 구성이 텍스트보다 이미지랑 비디오로 넘어가는 기분이다. 이전의 글들은 활용할 수 있는 매체가 적다 보니, 기억들을 줄글로 쓰는 것이 더 많았었는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판단을 못하겠다. 그래도 밖에서 보낸 순간들을 떠올리려고 작성하는 기록의 본질에는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해가 떨어지고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랜턴을 킬 시간. 해가 완전히 진 것은 아니라 사진이 푸르게 나온 것이 랜턴을 켜고 싶어서 안달 난 마음을 대변한다. 주변도 조금 둘러보고 랜턴 위치도 조금씩 바꿔보면서 저녁을 맞이했다. 캠핑을 가서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를 하거나, 즐겨 듣던 노래를 나눠 듣는 시간들이다. 거기에 더해 저녁으로 해 먹을 것들을 준비하고.
낮에 소금을 뿌려서 간을 미리 안으로 넣어두고, 저녁에 스테이크로 구워 먹었다. 양쪽으로 소금 간을 하고 마무리할 때 버터를 조금 잘라 넣었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하나 위에 덮어 익히고, 레스팅 했다. 고기 잘 구으시는 분들이 유튜브에 굽는 방법을 올려주신 덕에, 괜찮은 퀄리티의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게 참 감사한 일이다. 같이 간 친구들 모두 다 잘 먹더라. 2인 생각하고 준비했던 양이었지만 3인이 먹기에도 모자라지는 않았다. 750g 트레이더스에서 새우살이 큰 부위로 골랐다. 트레이더스에 갈 때마다 이런 고기부위가 있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골라오곤 한다. 세 덩이를 한 번에 구으려다 보니 팬 온도가 낮아져서 한 덩이의 겉 색이 잘 나지 않아 불안했다. 그래도 심부는 적당하게 익어있었고, 잘 익은 나머지 고기들이 있어 충분히 좋은 저녁 메뉴였다.
고기를 먹고 양이 모자라 소시지를 더 구워서 나눠 먹는데 냄새를 맡았는지 손님 한분이 찾아오셨다. 조금 찢어서 바닥에 뒀더니 잘 먹길래 조금 더 줬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이런 걸 줘도 괜찮은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냄새 맡고 찾아오신 손님분인데 싶어서 나눠먹었다.
밤의 불멍을 마치고 자고 일어난 적벽강 강변은 다소 습한 감이 있었다. 텐트가 면텐트가 아니기도 하고, 물 옆에서 잔 것이라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다. 그래도 해가 뜨기 시작하고 나니 금방 말랐다. 철수 전에 타프와 텐트 모두 금세 뽀송해져서 참으로 다행이다. 기록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지난번에 다녀온 캠핑은 다음날 아침에 비가 왔어서 타프를 말리느라 고생을 했었다.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강한 날은 나가지 않는 것이 맞겠다. 아침으로 볶음밥도 해 먹고, 퇴실시간 개념이 없는 노지이다 보니 점심도 간단하게 해 먹고 난 뒤 자리를 정리했다. 관리하시는 분이 없고, 계속 이용하기 위해서는 떠날 때의 정리는 필수다. 남겨두고 가는 쓰레기 없이 모두 챙겨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다음번에도 이런 여유로운 1박 2일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번의 기록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