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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단상

아침 운동을 하며 생각하다

by 반짝이는 루작가

6시가 되어도 짙은 어둠이 깔려있던 아침. 현관령을 넘고 집을 나섰다. 가랑비가 내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듯 내렸지만, 돌아가지 않고 직진했다.


아직도 세상은 어두워 매번 가던 공원인데도 조금 무서웠다. 입구로 들어서는데 나무들에 가려져 더욱 암흑인 느낌이었다. 자주 보던 나무가 기지개를 켜는 사람처럼 보이고, 커다란 나뭇잎은 벙거지 모자를 쓴 누군가인 것처럼 나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불쑥 옆으로 난 갈래길에서 검은 물체가 다가와 깜짝 놀랐는데, 위아래 다 검정색으로 운동복을 입은 남성이었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사람이었나.


몇 분을 더 걷는데 가로등 불이 탁탁 꺼졌다. 짙은 회색과 남색빛이 고요히 어우러진 흙길로 들어섰다.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묵주알을 굴리던 손을 잠시 멈추고 호흡에 집중했다. doing 이 아닌 being 이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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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공기를 마시고 나오니 어둠이 사악 걷혀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같은 어둠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떤 할머니는 운동기구를 열심히 하고 있었고, 어떤 할아버지는 맨발 걷기를 하고 계셨다. 누군가는 자신의 반려견을 옆에 눕히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만 어둠 속에 있던 것이 아니었다. 인지하지 못했을 뿐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은 연대하고 연결되어 있음을. 사람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는 서로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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