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편 Jan 13. 2021

당신은 이미 웹소설의 프로다

프로 독자에서 프로 작가로 올라서려는 당신에게

아마 제목을 보고 혹자는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당신의 용기를 북돋우기 위한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제목에서 말했다시피 독자였던 당신이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면, 아마 당신은 이미 프로일 확률이 높다.

대략적인 시장 동향, 키워드 분석, 잘나가는 작품들이나 플랫폼의 성향까지 이미 캐치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웹소설 편집자인 나보다 훨씬 많은 웹소설을 읽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작가가 또 다른 작가에게, 혹은 작가가 편집자에게 참견하는 걸 종종 보곤 한다.


"요즘 시장을 모르시네요. 이젠 XX도 허용이 된다고요."

"제가 보니까 요즘엔 ~한 게 잘 먹히던데 왜 하지 말라고 하세요?"


가끔은 작품 외적인 것에 대한 참견도 있지만 일단 그 부분은 차치하기로 한다.

어쨌든 예외 케이스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당신은 나보다 시장 동향 파악은 프로일 것이다.


그런데 프로인 당신은 그 때문에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는 함정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유행 키워드 넣고, 다들 쓴다는 스토리 적당히 변형해서 안정적으로 썼고, 당연히 주인공들은 매력적이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작 당신이 글을 쓰면 편집자가 이건 아니라면서 반려한다.

이를 두고 어쩌면 어떤 커뮤니티나 동료 작가들에게 가서 뭔가 이상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당신에게 꼭 말하고 싶다.


"제발 머릿속에 있는 걸 다 쓰지 마세요."


늘 강조하고 몇 번이고 말하는 거지만, 당신은 글을 절제할 줄 모른다.

머릿속에 있으면 다 써야 하고, 그걸 어떻게든 티 내야 한다.


당신은 알고 있어야 한다.

당신의 글을 보는 독자들도 이미 프로다, 당신이 과거에 그러했듯이.

그들은 그렇게 분석이 끝난 전략적인 작품들을 숱하게 봐왔을 확률이 크다.

거기서 당신의 작품이 그들에게 새롭게 다가가려면 자신만의 장점이 필요하다.

계속 '내가 좀 아는데' 운운해 봐야 당신의 그 무엇도 새롭게 계발할 순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상위와 최하위가 아닌 이상에야 웹소설 작가들의 실력은 비등비등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필력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웹소설을 쓰는 감에 대한 얘기다.


그렇다면 여기서 당신이 해야 하는 건 더 이상 시장 파악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필력을 키우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찾고, 극대화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한다.


편집자는 작가의 글 스타일 파악을 먼저 하게 된다.

계약한 이상, 어떻게든 작가의 장점을 끄집어내는 게 편집자의 목표다.


만약 당신이 서정적인 로맨스 소설을 썼다고 하자.

근데 갑자기 인터넷에서 주로 쓰이는 '신박하다', '괴랄하다' 등의 단어를 썼다면 어떨까.


이 남자는 내가 처음으로 겪어보는 신박한 타입이었다. 눈빛이 깊다 못해 어두워, 한편으로는 괴랄한 느낌까지 자아냈다. 그 눈빛에 사로잡힌 나는 계속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만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대략 그려지는데 단어 때문에 분위기를 산통 깨는 케이스다.

당연히 편집자는 이 단어를 고치려 들 것이다.

조악한 예시인 만큼 아마 이걸 고치려는 것을 반대하는 작가는 없을 것 같지만, 만약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요즘엔 그렇게 써도 출간되던데요?"


어디선가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내 담당작에서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파악한 당신 글에서는 그 단어가 맞지 않기에 고치는 것이다.


이 남자는 내가 처음으로 겪어보는 신비한 타입이었다. 눈빛이 깊다 못해 어두워, 한편으로는 기이한 느낌까지 자아냈다. 그 눈빛에 사로잡힌 나는 계속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만 있었다.


당신이 어디선가 보았던 작품의 내용과 글이라 해도, 그게 당신의 글에 꼭 맞거나 통용된다는 법은 없다.

모든 걸 안다는 생각에 빠져 정작 자신의 글이 어떤지를 모른다면 무슨 소용일까.


당신은 분명 웹소설계의 프로 독자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 자신의 글 스타일은 어떤지도 모르는 초보 작가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모든 걸 설명할 필요는 없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