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R
도대체 적정한 집값은 얼마냐?
아파트 가격이 2022년 중반 고점을 찍은 후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라 상당 폭 하락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요즘 집이 없는 사람은 집값이 아직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집을 가진 사람, 특히 다주택자들은 집값이 단기간에 너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나 집값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를 알아야 나름대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을 터인데 답답하가 그지없다.
정책 수립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은 적정한 집값 수준을 짐작해보기 위하여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다. 그 중에서 자주 언급되는 지표 중 하나가 ‘주택가격-가계소득 배수(Property Price to Income Ratio; PIR)’이다.
PIR은 평균주택가격이 평균 명목 년간 가계소득의 몇 배에 해당하는가를 나타낸다. 한국에서 국토교통부 주관 주거실태조사에서 1-2년 주기로 작성 발표하는데,(1) 여기에서는 국토교통부 PIR 자료를 이용하여 설명하겠다.
집값은 소득에 기반하여 결정된다
장기적으로 집값의 변동률은 소득증가율에 대체로 비례한다고 본다.(2)
국토교통부는 지역별로 전국, 수도권, 광역시 등, 도지역으로 나누어 PIR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집값 단계를 저가주택부터 10분위로 나누고 소득단계도 저소득부터 10분위로 나누고 이들을 대응시켜 PIR을 산정 발표하고 있다.
먼저 한국의 역사적 PIR을 살펴보자.
한국의 대표 PIR은 2012년∼2019년에 5∼6배 구간 범위에서 등락을 보였다. 특히 수도권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6.8배 내외의 안정적인 PIR을 보였다. 이 밖에 광역시나 도 단위에서도 각각 2012∼2019년 사이에 일정한 구간내에서 제한적 등락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퍼지기 시작한 2020년 이후에는 그 이전까지의 범위를 이탈하여 심하게 또는 약하게 PIR이 상승했다. 즉 경기 후퇴를 막으려 공급된 유동성과 초저금리 때문에 집값상승률이 소득증가율 수준에서 홀로 이탈한 것이다. 즉 둘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생긴 것인데, 2022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관찰되는 집값 하락은 이러한 소득수준과 집값 사이의 괴리를 좁혀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 PIR이 장기 평균에 수렴하며, 집값과 소득 사이의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저소득층일수록 PIR이 더 높다
소득 분위와 주택 분위를 교차하여 묶어 보면, 저소득층의 PIR이 가장 높다. 역사적으로도 장기평균 PIR이 매우 높은데, 아래 표를 보면 이는 4분위 이하의 저소득층은 대응하는 주택의 가격이 낮음에도 소득이 워낙 적어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가 저소득층에게는 주택구매자금 지원보다는 저가ᆞ양질의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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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외에도 KB국민은행이 주택대출 자료에 기초하여 작성한 PIR을 매월 발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Numbeo가 매년 국가별ᆞ주요 도시별 PIR을 발표하고 OECD도 회원국의 PIR변동지수를 발표한다.
(2) 제임스 뷰캐넌(Buchanan, James M.), 미국의 공중선택학파의 대표적 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