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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자작 김준식 Jul 03. 2024

가계약금 건네고 마음 바뀌었는데 돌려받을 수 있을까?

계약금, 중도금, 잔금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인이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건네 줄 때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건넨다. 통상 계약금은 보증금의 10% 내외로 정한다. 임대차계약에서 중도금을 수수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나, 쌍방이 합의하여 중도금을 정할 수도 있다. 물론 잔금은 보증금 총액에서 계약금과 중도금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이 가운데 계약금과 중도금은 보통사람들이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면이 있다.


계약금

 계약금은 계약과 동시에 전액을 건네 주는 것이 원칙이다. 계약서 작성을 마친 후 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곧 쌍방이 계약을 확정 짓는 행위다. 물론 쌍방이 따로 합의하여 계약금의 납입시한을 짧은 시간 동안 미루는 것도 가능하다. 계약금은 계약의 증거이고[증약금], 해약을 할 때 포기하는 대가이며[해약금], 간혹 향후 채무불이행 때 같은 금액의 손해배상 특약을 정한 경우에 손해배상액이 되기도 한다[위약금].
 일반적인 임대차계약서[한국공인중개사 협회 제정 계약서)에 “임대인이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에는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임대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임차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6조)라고 정하고 있다. 즉 쌍방 간에 계약금만큼 물어주고 계약 자체를 없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계약이란 것이 독특하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 마음에 드는 주택이 남에게 넘어갈까 봐 그것을 자기가 차지하기 위해 구두 또는 문서로 예약을 하고, 나중에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것을 뜻한다. 이 때 통상 임차인은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에게 가계약금을 건네는데, 그 액수가 계약금에 비해서 적다.
 가계약을 하고나서 임차인이나 임대인이 마음이 바뀌어 가계약을 파기(계약할 의사를 철회)할 때 그 원인을 제공한 쪽의 해약금은 얼마일까?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파기할 경우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임대인이 파기할 경우 가계약금의 배액을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계약이라 칭했더라도 쌍방 간에 임대차할 공간, 보증금 액수, 지급시기 등 주요 사항에 관해 구두나 문서로 대강의 합의를 했다면 해약금의 기준은 약정한 계약금(통상 보증금의 10%)이 기준이 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선점하기 위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계약을 하거나 가계약금을 건넸다가 나중에 난처한 지경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난처한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의 쌍방이 “본 계약할 의사를 철회할 경우 수수한 가계약금을 돌려주기로 한다” 또는 “당사자가 서로 계약을 파기하려는 경우 교부된 가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상환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의 특약을 문서, 문자메시지나 녹음 등으로 분명히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약관을 시정 지도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두자. 


중도금

 일반적으로 임대차계약에서는 중도금을 주고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간혹 당사자의 사정에 따라 중도금을 수수하기도 한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에서 중도금을 건넨다는 것은 그 이전과 이후를 구분 짓는 큰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잔금을 앞당겨 주고받는 의미를 넘어선다.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수수했다는 것이 쌍방 간의 권리 의무를 정하는 것이라면, 중도금의 수수행위는 그 계약을 이행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이제 더 이상 계약을 해제(취소)할 수 없다. 이후 임대차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해제하게 될 경우 서로 간에 상대가 입은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에 관해 위에서 언급한 일반적인 계약서에는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본 계약상의 내용에 대하여 불이행이 있을 경우 그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계약 당사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다”(제7조)라고 정하고 있다. 이 때 손해배상의 범위나 규모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적지 않은 분쟁이 발생하게 되고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에서 중도금을 주고받기로 약정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상대방의 궁박한 사정을 기회로 삼아 계약을 어려운 상황으로 끌고 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렇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를 자주하는 자산가들은 임대차나 매매계약을 좀처럼 중도금을 주고받지 않는다.


잔금

 잔금은 임차할 주택의 인수와 동시에 지급하게 된다. 이를 ‘동시이행관계’라고 한다. 계약서 상 잔금일에 임대인은 건물을 인도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임차인은 임대보증금 잔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 쌍방의 의무는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실무적으로 쌍방이 임대공간이 비워진 상태에서 하자 여부를 살핀 후 출입문 열쇠를 건네면서 잔금을 수수하게 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하루 안에 전 입주자의 퇴거와 새로운 임차인의 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임차인이 잔금을 건네고 임대인은 전 입주자에게 이전 보증금 등을 반환하는 일이 겹치게 되므로 정신없이 일이 진행된다. 그런 와중에서도 임차인은 물론 임대인도 차분한 자세로 일의 진행을 점검하고 엉뚱한 상황 전개가 예상되면 지체 없이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청하는 한편 상대방에게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한편 이러한 동시이행관계는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어 이사를 나갈 때도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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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에서는 임대차를 위주로 보증금의 수수에 관해 설명하였으나, 매매에서 대금의 수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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