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
청춘은 아름답다. 푸를 청靑 봄 춘春 자를 괜히 쓰겠나. 새삼 우리 말은 그 단어 하나하나에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그 즉슨, 아름다운 청춘에는 그 만한 값이 따른다. 관념적이나, 청춘은 돈으로 살 수 없을 만큼 고가이다. 너무 고가라, 아직 가격도 책정이 안 된 상태이다.
'이거 얼마예요?' 하면,
'죄송합니다 손님, 모르겠습니다. 그냥 예쁘길래 매대에 놔 봤습니다^^' 할 수준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도 청춘의 값이 매겨진 시기는 없다. 아, 청춘 경매 사업을 펼치면, 취업난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으레 사회가 그렇듯, 공짜란 없는 법이다.
청춘 사용 설명서를 자세히 보면, 보험 약조 사항과같이 눈곱만 한 글자가 있다.
불안과 좌절과 불안정함, 그리고 시행착오는 청춘의 대가이자 특권입니다.
또한, 청춘은 사용자(갑)의 의지와 상관없이 적용되며, 해지 또한 사용자(갑)의 권한이 아닙니다.
교환 및 환불은 불가합니다.
물론, 이 청춘 사용 설명서라는 것도 일종의 레포트 과제, 실험 결과 같은 것이다. 이런 사항들이 체계적으로 명문화되어 인간들에게 베풀어진 역사는 없다. 그러므로, 어떤 인간은 본인의 청춘이 청춘인지 모르고 늙어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청춘을 알차게 소모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사는 데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하다. 모든 청춘은 그들만의 기준으로 푸른 세계관을 구축해 간다.
필자 또한 한 청춘으로서, 과도기와 안정기의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이름하여 탄젠트 함수 그래프.
그래서 번민과 바듯함을 오가며 살고 있다.
필자는 다른 이들의 청춘 실험 보고서를 참고하기도 하고, 본인만의 돌파구를 찾는 등 나름의 멋진 일을 해나가는 중이다.
또한, 필자는 청춘이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청춘은 나이로 정해지는 것인가? 그럼 청춘의 기준은 무엇인가?', 청춘의 끝은 무엇인가? 전역과 졸업처럼 어떤 세레모니가 있는가?', '현재 사회에서 청춘이 너무 낭만화되어 비쳐지는 건 아닐까?', '모두가 본인의 청춘을 한 줄로 표현하면?' 등이 그 결과물이다.
자유와 방목이 뒤섞이는 20대를 청춘이라고 본다면, 필자는 청춘 중에서도 햇병아리이다. 아니, 병아리 정도는 되려나? 아무튼 그렇다...
결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내야 한다.
청춘은 한철이고, 그 아름다움도 한철이라고 말하고들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두 그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춘이라서 아름답다는 명제 또한 비판해 볼 필요가 있다. 해당 명제가 존재한다면, 아름답고 보니 청춘이라는 명제 또한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모두들 본인의 인생을 덧없는 한철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겉으로 보이는 젊음만이 아름다움이라 정의할 순 없기 때문이다.
살아라 그대는 아름답다
이 대목에서 펑펑 울어서 이 영화를 끝까지 못 본 기억이 난다.
살아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또한 그 아름다움의 의미는 복합적이고, 복잡하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보아야만 확인할 수 있다. 가시적이며 무언의 영역인 것이다. 이는 내 매거진의 제목이 무언의 에세이인 이유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이 글을 봄에 쓰고 있다. 과연 청춘에 걸맞는 계절이다.
나아가, 청춘(春)이 존재한다면, 청하(夏), 청추(秋), 청동(冬)도 존재할 것이다. 필자는 사계절의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답게, 네 종류의 푸름을 번민하고, 요긴히 써낼 것이다.
그렇게 푸를 청의 춘(春) 편을 펴내고자 한다.
참 맥락없는 마무리이지만, 우리 청춘 파이팅.
정말 마지막으로, 요즘 내가 청춘을 만끽하며 듣는 노래를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https://youtu.be/phT2MJAn1KY?feature=shared TXT의 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떠나온 슬픔의 너머엔 설렘만 가득 채워지게 목요일의 아이라는 운명이 날, 날 다시 걷게 하네
온 길보다 더 멀겠지만, 멋진 날들이 기다려
다신 울지 않을래
가사도 멜로디도 좋다
https://youtu.be/hrXCP0xeoA8?feature=shared 원필의 행운을 빌어줘
앞으로 총 몇 번의 몇 번의 희망과, 그리고 또 몇 번의 몇 번의 절망과, 차가운 웃음 혹은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 줘
계절이 흘러 되돌아오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니 기대해
이 또한 청춘의 벅참을 잘 표현한 곡이다. 원필이 입대를 앞두고 발매한 곡이라고 한다.
제 2의 이등병의 편지
https://youtu.be/0OliiOgXlJI?feature=shared 기현의 Youth
오늘 나의 마음보다도 몇 년 뒤를 떠올리면서 나는 자주 불안해 했어 그땐 모든 게 다 그랬어
난 요즘엔 하늘이 아름다워 잘 알던 서울이 새삼스러워 비가 오면 그대로 다 맞고 싶어 애쓰지 않더라도 행복하고 싶어
가사를 처음 듣고, 작사가가 누구인지 재빨리 찾아본 곡이다. 김이나 작사가의 가사라고 한다. 애쓰지 않더라도 행복하고 싶다는 이 가사가 나를 관통했다. 계속 가사를 곱씹게 되는 곡이다. 이제서야 하늘을 보며 숨을 고른다는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또, 그렇게 새삼스럽다는 서울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면, 큰 울림이 온다. 멜로디도 좋아, 하루종일 무한반복 중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막막하고 불안한 나로서는 이 노래만 한 가사가 없다. 애쓰며 살아온 지난 날들을 회고하게 됐고, 오늘 지금 '나'의 기분이 어떤지 살펴보는 변곡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현에게서 이런 위로를 얻기엔, 기현도 너무 어리다. 그러니 김이나 작사가님께 감사를.. 이젠 좀 편하게 살고 싶다. 잘하고 있는데 굳이 왜 걱정을 하고 있냐. 그냥 살면 다 된다. 그냥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