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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by 짱강이


힘들다

힘들어

긴 생각 안 들고 그냥 힘들다

버겁다

지쳤다

다 피곤하고 그냥

마음이 그래서

그러니까 마음이 그냥 무너진 느낌

다 박살나고 내려앉은 느낌

거기서 아무것도 건질 게 없는 느낌

누군가 손으로 내 장기를 헤집는 느낌

심장이고 폐고 내장이고 뭐고 다 그냥 쥐고 흐트리고 헤집는 느낌

특히 심장

심장을 빼갈 것마냥 휘저어서 끊어질 것 같은 느낌

그냥 그래

위로고 뭐고 다 피곤하고

그냥 고통에 순응하고 사는 게 더 편해

발버둥따위 그냥 때려치고 체념하고 산 지 오래돼서 어딘가 생채기가 생겼을 때 연고를 바르는 게 더 생경해 그렇게 생채기가 아물면 더 이상해 낯설어

다 관두고 싶다

그냥 관두고 편하게 살고 싶다

왜 나는 그게 안 되지

그 정도는 허락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닌가 그래서 이런 건가

너무 지친다

너무 힘들어

내장이 헤집어져

이리저리 헤집어져서 다시 꿰맞추길 몇 번

다 꼬이고 엉켜 버려

갈비뼈 사이사이가 쑤셔

숨이 막혀

그럴 때마다 진짜 너무 아파

나 진짜 너무 힘들다

힘들어

힘들어서 못해 먹겠다

근데도 그냥 살아야 한대

너무 힘들어 힘들다고

힘들어

나 좀 놔주면 안 될까


출처 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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