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여
기억 속 편린만 내리 손 끝으로 긁어내 본다
그 심해 같은 구석을 자꾸만 갉작거려 본다
사실 물때는 환상통 같은 것
물은 흔적이 남길 수 없지
눈
마주쳤다
이내 다시 감았다 뜨니 사라진다
다시 감으니 당신이 보인다
왜 눈을 뜨면 당신은 사라져 버리는 걸까
왜 눈을 감으면 당신과 눈물이 함께 차오를까
당신 결국 내 눈물이었나
당신 결국엔 메말라 버릴 저 강물이었나
당신 결국엔 기약 없이 저 멀리 떠나 버릴 표조였나
눈처럼 녹아내리는 당신을 부여잡고 울고 싶었다
이내 땅바닥의 물을 긁어모아 보지만, 시려운 손만 허공에서 떠돈다
그리운 그대여, 그대를 부여잡기에 내 손은 너무 잔악한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땅 속으로 스미는 당신을 떠나보냈다
털갈이 후 잔깃털만 남기고 떠날 그대의 발목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혹여나 그대 가는 길이 고달파질까, 그 파리한 복사뼈가 부러지기라도 할까, 나는 손도 뻗지 못했다
너른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당신의 해방을 내 손으로 더듬어 본다
갔어. 아주 멀리 갔어. 자유를 되찾았어. 일생의 격통을 지워 버렸어.
격통을 지운 그대는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이 세상이 점보다도 작아 보일 만큼 널리 날 수 있을까.
부디 이 고통의 대지를 그 날갯짓으로 반동하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두 손을 모은다
그리고 애끓듯 작열하는 몸부림이 한 번쯤은 이 땅에 닿길 바라 본다
당신의 해방이
당신의 자유가
당신의 평온이
당신의 전부이자 일부가
오늘도 내게 이정표를 펼쳐 보여 준다
내게 오늘이란, 피학적인 고문이자 막노동이자 사막 속 오아시스 찾기인 것
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제 그대 눈물짓지 않으리
그대 날갯짓 한 번에 이 땅에서의 편린들이 떨어져 나가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