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이란 개념
제 기준에서 꽤나 중대한 병을 얻고,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면서부터 제게는 요일이라는 개념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약해졌다기보단.. 없어졌다, 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알바를 하는 날이면 몸이 일할 때다.. 하며 일으켜집니다
이젠 제법 불안도 줄었고, 손도 빨라지고, 일도 몸에 익혀서 점장님이 못한 일을 제게 떠넘기곤 합니다. 그만큼 믿음직해졌고 야무지게 일할 줄 안다는 방증이겠죠.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제 정신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일이라는 게 제겐 조금 잔악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브런치북 연재 요일을 설정하는 것 또한 제겐 잔인하다는 뜻입니다.
몇 번이고 이 요일이 편할까, 저 요일이 편할까 하며 제 일주일을 맞대보곤 합니다. 그런데... 편한 요일이라는 건 애초에 저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 다 다르거든요. 그걸 정해서 정기적으로 무언가 쓰고, 제출하는 건 잔인하고도 강압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브런치라는 세계에서는 그게 불문율처럼 지켜지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정해진 요일에, 차곡차곡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새벽 공판장처럼 말이에요.
세상이라는 규칙이 싫어서 택한 도피처가 글쓰기인데, 그 도피처에서도 세상은 다시 굴러가고 있습니다. 무서운 모순이죠.
그래서 지금껏, 어떻게든 제가 정한 요일에 맞춰 글을 발행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제 삶이 노력의 산물이 아니듯, 제 글도 노력만으로 가용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 브런치북의 연재 요일은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그냥 제 글이 써질 때, 스케치 후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게 가능할 때, 그때가 그냥 제 연재 요일인 겁니다. 그건 제 자신도 모르는 거고요.
그럼에도 발행 버튼을 누를 때마다 불규칙한 연재 요일은 독자의 편의를 방해할 수 있다고 뜹니다.
제가 정기 발간물의 칼럼니스트나 9시 뉴스의 앵커가 아닌데도 말이죠.
저는 제가 쓰고 싶을 때, 발단이 되는 문장이 생각이 날 때, 기운이 날 때, 제 스케치대로 흘러갈 때, 그때 정교하고도 세밀한 제 글을 써내고 싶습니다. 그런 글들만 독자들께 보여 드리고 싶고요.
그게 독자들의 편의를 해치는 거라면,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외에는 아무 생각이 안 듭니다. 그저 유감이고, 이에 대한 반성이나 대책은 없는 것이죠.
저는 제가 원하는 글을 마음껏, 오래 쓰고 싶을 뿐입니다. 그게 독자들의 마음을 초월할 뿐이죠.
저는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저를 위한 제 글을 남들에게 보여줄 뿐이죠.
이거 순 이기적이고 거만한 글쟁이네,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기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동안 이기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아파진 거거든요.
진심도 담기지 않은, 저를 괴롭게 하는 글을 정기적으로 내보이면서까지 헌신하고 싶지 않습니다. 훗날 그 글을 읽을 나 또한 괴로워질 테니 말이죠.
결론은, 저는 제 글을 계속 써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요일이 될지는 모르는 겁니다. 저는 하루하루에 의지해 살아가는 영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심을 담은 글을, 비정기적으로 창작해 내보이고 싶습니다.
널리 보면, 행복해지고 싶을 뿐입니다. 그게 욕심이라면 저를 욕심쟁이 글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변경이 될진 모르겠으나, 현재 연재 중인 브런치북의 연재 요일을 월화수목금토일로 바꿀 계획입니다. 독자의 편의성을 구걸하는 이 경고문을 더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 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부디 인내심을 가지고 저를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그게 어렵다면, 저를 대체할 성실한 글쟁이를 찾아내시면 될 일입니다.
조급하게 저를 채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 글이 좋으시다면, 인내심 또한 독자의 덕목이다 생각하시고 지켜봐 주세요.
결과물은 늘 자신 있으니, 기다려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부디 모두 건강하고 평온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