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이는 글
솔직히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집 살림이 영원한 방황이라고 생각했다. 두 곳 중에 어느 한 곳도 안주하지 못하는 이도 저도 아닌 딱 지금의 나 같은 상태. 글을 쓰는 내내 존재할지도 모르는 안온함을 밖에서 찾기를 원했다. 어디엔가 정착하게 되면, 내 바운더리를 찾게 된다면 이 모든 게 해결되리라 애써 믿으려 했다. 그런데 초고를 마무리 짓고 처음 글을 읽은 친구가 얘기한 말이 되게 충격이었다. 기댈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결국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모두 내 마음먹기 달린 일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여태껏 나는 왜 이 집에 그리도 매여왔던 것일까. 그것들이 내게 그리 달콤한 것을 주었기에 내 삶에 이리도 영향을 미치는 걸까. 어쩌면 나는 집 열쇠를 잃어버리고 대문 앞에 쭈그려 앉아 마냥 누군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꼬마였는지도 모른다. 이젠 그 열쇠를 찾던가 적어도 문이 열리기를 마냥 기다리지는 않을 작정이다. 문이 끝끝내 안 열린다면 문을 뿌셔서라도 내 발로 집에 한 번 들어가 볼 생각이다. 귀가 그까짓 것, 어디 한번 해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