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봉지겠거니

by 긴오이

빈 봉지겠거니 했는데

삼분의 일쯤 과자가 남아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빈 봉지겠거니 했던 마음에

실은 빈 봉지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삼분의 일쯤 담겨 있었다는 걸 알았다


나의 아이는 양껏 먹어도

남는 것이 있는 아이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꾸역꾸역

제 뱃구레만 늘려가는 세상에서

욕심껏 채우고도

그 욕심의 끝을 아름답게 하는 아이

나는 이런 아이를

왜 하나밖에 낳지 못해서

세상을 더 아름답게 가꾸지 못했을까


아이가 남긴 과자를

어른이 먹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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