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지듯
튤립은 시들었다 물감이 번지듯
지는 튤립을
딸애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같다고 했다
꽃이 지면서 꽃을 그리나 보다
나는 그동안 꽃은 잘 모르고 살았는데
꽃이 와 있으면 함께 오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와 살림의 덩치를 키우느라
미처 초대하지 못했던 것들
그 손님들 중엔 저 먼 이국의 화가나,
그의 그림들도 있었다
아내는 못 보던 접시까지 내며
투명한 꽃노래를 피워냈다
처음엔 웬 꽃이냐고 타박을 놓았지만
진심으로 던진 말은 아니었다
지금은 밖으로 나가기 힘드니까
번지듯, 풀어지듯
안으로 만나고 싶은 것들이 있는 것이다
아이도, 아내도 지금
그것을 만나고 있는 중이니까
나도 안으로
꽃이 그냥 사치스럽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