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울고 있었던가

by 긴오이

오늘은 이른 출근이 있어 욕실 등도 달칵 눈을 떴지

거실은 작은 호수 같아 조용한 소파 위에 아내는 붕어처럼

잠들어 있어 딸애는 꿈속에서 무슨 전화를 받는지

여보세요 잠꼬대를 하고 나는 피식 나의 새벽에게

나비처럼 입을 맞췄지 그때,

나는 이룩했지


밥벌이 같은 건 엄두도 못 내고 낙향했던 고향집

그 고향집 한 켠방, 한낮은 오래도록 자고

밤담배를 피우러 몰래 나왔던

에는 듯 추운 바람은 라이터 불을 잡아먹고,

고양이처럼 피해 들었던 그 창고 안의 감자며, 쌀자루며,

절대 나를 굶기지 않을 것 같은 이 넉넉함들을

아버지는 대학도 나오지 않고서 어떻게 이뤘는지

제 짝은 날 때부터 있었다는 그 짚신과

그냥 흘러가는 평범함들 조차 모두 대단하게 느껴지던

그 밤, 나는 울고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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