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봄날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순간, 훅하니
바람이 불어와
그리하여 나의 눈앞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검은 봉지 하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렇게 넓은 세상에서
홀로 모래 섞인 슬픔을 겪었다고
눈을 부비며 우는 것인지
검은 것은 멀리 날아가지도 않고
나를 붙들고
무슨 신호를 보내오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때
성긴 가슴 뼈, 마른 철망에 걸려 나부끼던
내 마음의 회오리진 우울이나 쓸쓸함 같은 것들이
기다린 듯 온통
일제히 쏟아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하여
검은 것은 그 모든 것을 제 안에 담고
바닥을 기듯 가벼이 뒹굴다가
이야기도 나누다가
또 훅하니 하늘로 치솟기도 하다
갑자기 저 멀리 사라져 버렸는데
나는 내 마음의 어둠과 슬픔들도
함께 따라가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