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심을 쓴다는 것

by 긴오이

쌀자루 안에 화랑곡나방이 날았다


세상에서 제일 약한 존재를 죽이기 위해

근력의 90%를 당겨써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비생산적인 일인가

80킬로가 덜 차는

쌀 포대 7개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쌀자루들은 죄 없는 죄인처럼 끌려 나오고

곧 도로 퍼 담아야 할 쌀들이

하얗게 질려 마당 위로 엎어져 갔다

곡나방과 어린 애벌레들이

살고자 기어나가지만

그것들은 방금 내가 쓴 그 힘들처럼

헛심들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해 아버지가 농사를 위해 쓴 힘도 그렇고

그렇게 애쓴 힘들에 벌레가 난 것이며,

또 벌레 난 그 힘들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쌀알 같은 경제관념도 그런 것이다


세상엔 이렇게 많은 헛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여기 햇볕같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울화가 치미는 일인가

쌀을 퍼 담으며

헛심을 삽질하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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