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시키다

by 긴오이

설거지를 시켰다

아이는 분명 신경질이 났던 것이다

괜한 얼룩만 더한 것은 아닌지

그릇들은 덜크럭거리더니, 더러

쿵 떨어지기도 한다

날카로운 소리도 들린다

소파 위가 괜히 조마조마해졌다


그릇들이 얼굴을 말끔히 씻고 나와 멈칫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이내 될 대로 되라고

접시는 왼쪽으로 컵들은 오른쪽으로

숟가락과 젓가락들은 몸도 닦지 않고

펼쳐진다

싱크대위로 중2병처럼

시니컬하게 무질서하게

원래는 셈하지 않는 밥값과

대신 포개어 겹치는

서로의 포지션을 가르치려 했는데

엄마 아빠 마음에

젖은 격정과 물기들은

스스로 닦는 것이라고

선언하듯 걸치는

탄성이여! 고무장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