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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숲 Jun 27. 2024

어색해...

우리 좀 친해질까?

올해로 결혼 10년 차.

신랑이 어색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신랑이 어색하다기 보다, 신랑과 둘이 있는 시간이 어색하다.

남들 다 얘기하는 섹스리스 부부는 아니다.

길을 걸으면서 손을 잡고 한참을 걸어도 좋고 출퇴근길에 수고하라고, 수고했다고 뽀뽀도 한다.

그런데... 나만 섹스리스가 되어 가는 중이다.

...? 뭔 소린가 싶겠지만,  틈틈이 둘만의 시간을 노리는 신랑의 태세는 적극적인데 반해  

나의 태도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뭔가 문제가 있다. 나만.





아파트의 구조상  평면적인 공간에 문 하나로 모든 걸 다 가려야 하는 환경에서 이제 대략적으로 뭔가를 알 나이 (10세)의 아이를 둔 나는 방 문 하나를 두고 큰일을 못 치른다. 

때문에 아이들이 다 잠든 때가 와야 하는데 생각보다 그런 때는 잘 오지 않는다. 대부분 애들 재운다며 각자 하나씩 데리고 들어가면  애들보다 부부가 잠든 날이 더 많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 지 3년째가 되어간다. 그전 집에서는 퀸 침대 2개를 붙여 패밀리형으로 썼었는데 당시  이사할 때 아이들 방을 분리하면서 침대를 각각 하나씩 떼주고  부부 침대를 하나 사기로 했었다.

하지만 육아란 게 계획대로 되면 그게 사람 사는 일이 아니지.. 

당시 4살 난 둘째는 모두가 같이 잠드는 생활에서 갑자기 똑떨어져 방 분리를 한다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신랑이 데리고 자고, 첫째는 혼자 알아서 방을 쓰겠다며 방 독립(?)을 하면서 자연스레 나만 방 분리가 돼버렸다. 원래는 둘째를 내가 데리고 자려고 했는데  자격증 준비며, 남은 일을 해내느라 불을 켜 놓을 일이 많은 나 대신에 신랑이 둘째를 재우게 되었는데, 덕분에 혼자 방을 쓰게 된 나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무려 3년째다)

요즘 수면 이혼이 유행이라는데, 요즘 유행보다도 앞서서 나는 수면 이혼을 했다.(의도치 않게 ㅎㅎ)

같이 자면서 부딪히고,  상대의 움직임 하나에 잠결에도 신경 쓰는 일이 없어지다 보니 자꾸 꿀잠을 잔다.

노린 건 아니었는데 삶의 질이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 그전 패밀리 침대를 쓰며 다 같이 자던 생활은 생각도 잘 안 난다.)

그렇다 보니 어쩌다 거실에서 티비를 보다 잠이 들거나, 가까이 앉아 있을 때  살결이 부딪히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는데   눈이 마주치면 신랑의 눈빛은 서운함이 비친다.


" 뭘 이렇게까지  놀라."

" 응?  그러게."


어떤 날 신랑은 자신에 대한 나의 애정을 시험해 보려고 그랬는지 내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 탁' 쳐버리고  다른 일을 하는 척하면서 자리를 떠버렸다.  

'엇?!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무안했겠다; ' 순간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를 해야 하나? 싶었다가 이런 걸로 사과하는것도 이상하다 싶어, 그냥 두었다.

뭘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데 제일 솔직한 마음은 ' 불.편.하.다.' 였다.

애정이 식은 아닌데 ' 가족끼리 이러는 아니야 ' 라는 문구가 오른달까? 

어쩌다 가끔 있는 의무 방어전에는 최대한 성의 있게 치르고 있지만,  그 어쩌다 오는 텀이 너무  불 규칙적이고 가끔이다 보니 의식을 치르기 전 까지의 시간이 못 견디게 어색하고 싫다.  

마치 무대 위에 끌려올라가서 장기자랑을 앞둔 것처럼.. 






가끔 애들이 근체 할머니 집에서 잔다고 하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신랑은 "맥주 한잔할래?" 라고 묻고는 술상을 차린다. 


" 자기 일하고, 살림하고 피곤해서 그런 거 다 알아."

" 요즘 신경 쓰는 일이 있어서 그렇지? 나 다 알아."

" 나도 늦게 들어오면 그냥 뻗어버리는 날 많아서  그렇지 뭐. "

" 이눔 새끼들이 안 자니까 어쩔 수 없지 뭐."

" 요즘 자기 몸 안 좋아서 매일 누워 있는데 뭐 어떡해 "


" 난 다 괜찮아 ."


- " 응 맞아 고마워." 

라고 대답을 한 나는  핸드폰을 보거나 아니면 영화를 틀어달라고 해놓고는 잠들어 버린다. 


그런데 솔직하고 정확히 말하자면..

 

- " 미안해."


라고 해야 맞다. 나는 요즘 퇴근을 해도 그렇게 피곤하지 않고, 잠을 잘 자서 컨디션도 괜찮다.

그저 어색해서 그렇다...

둘이 있는 시간도 어색하고,  살이 맞닿는 느낌도 어색하다.

연애할 때의 그 느낌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이벤트를 해서 나의 기분을 맞춰 달라는 것도 아니다.

큰일이다!







소파에 앉아 같이 티비를 보며 말했다.


" 우리 좀 친해질까? "


" .... 뭐래."




나만 문제가 있는 게 맞다. 

나를 어쩌면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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