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한계는 끝이 없다.
나조차도 나의 능력치를 모르겠다.
닥치면 다 하게 되어있다.
그게 사람이다.
근데, 닥쳐야 한다.
2024년 10월 03일 개천절. 목요일
오전에서 점심으로 넘어가는 시간 느지막이 일어났다.
여유롭게 찌개 하나 끓여서 아점으로 식구들 밥을 먹였다.
별다른 스케줄이 없으므로 내일 체험학습을 갈 큰 아이의 도시락 거리를 사러 마트에 가고
여유롭게 자전거도 1시간 + 좋아하는 노래로 선곡 리스트 만들어 놓기.
3시~4시 즈음엔 조만간 시험이 있을 자격증 시험 준비로 막판 모의고사를 1회 풀기 및 채점
그리고 잠들기 전까지 틀린 문제 다시 보기 + 개념 완벽 정리의 계획을 짰다.
출근을 하지 않으니 오전 9시부터 퇴근하고 집에 귀가하는 시간 7시까지의 시간이 생겼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머리까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들어오지도 않던 이론들이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 머릿속에 테트리스 정리되듯 깔끔하게 쌓였다.
"오늘 출근 안 해서 너무 ~ 좋다!!"
" 오전에 커피 마시고 지난주에 못 본 나 혼자 산다 재방 보고 시작해도 널널하겠는데?! "
다만 시간이 많다고 생각이 드니 자꾸 한 시간 두 시간 딜레이가 된다. 장을 보러 가서도 필요한 곳을 지나쳐 구경한답시고 또 한 바퀴, 눈 요깃거리에 마음을 뺏겨 그 자리서 또 10분... 평소 1시간도 안 돼서 돌아왔을 마트 쇼핑이 무려 1시간 40분이나 걸렸다. 다녀와서는 장본 것들을 정리하고 내일 도시락 거리들의 재료 손질까지 예상보다 2시간 딜레이가 되었다.
' 아... 이런 식은 곤란한데... 자꾸 밀리는데'
' 오늘 목요일이네 글도 써야 하는데 뭘 쓰지? '
' 아직 자전거도 안 탔는데, 1시간 타는 건 괜찮겠지?
'몸이 찌뿌둥하니 자전거는 타야겠고, 노래도 오늘처럼 시간 있을 때 말고는 선곡 리스트 만들새가 없으니까 오늘 만들고... '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나오니 예상보다 3시간이나 밀려 있었다.
신기하다. 분명 점심 먹을 때 즈음엔 시간이 많았는데...
한 시간 두 시간 밀리고 밀리다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다.
장본 재료로 고기를 볶아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하다 보니 작은 녀석의 가정통신문이 생각났다.
큰 아이만 체험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아이도 체험학습이 있다. 준비물은 분홍 단체 티!
아직 어두운색 빨래를 정리 안 했으니 먼저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빨래를 다 개고 나니 여행 프로그램이 정신을 쏙 빼놓는다.
' 우와! 지구에 저런데 가 있네... 나는 언제 가보려나'
' 저거 맛있겠다, 생각보다 물가가 싸네 '
' 가만있어 보자 내년에 여행 갈 수 있나 스케줄이 어떻게 되더라..'
TV프로그램을 다 보고 나니 강아지 산책 시간이었다. 목줄을 챙기고 부는 바람에 추워할까 싶어 옷도 챙겨 입힌다. 가볍게 돌자고 나간 산책은 아이들의 아이스크림 쇼핑으로 끝이 나는데 이것저것 담고, 이건 담아라 저건 담지 마라 실랑이를 벌이는 통에 하루가 다 가버렸다.
그렇게 목요일이 끝났다.
결국 나는 글도 못 쓰고 + 모의고사는 펴보지도 못함 + 작은 아이의 단체복 세탁도 새까맣게 잊었다.
2024년 10월 04일 금요일 (큰아이 체험학습 + 작은아이 체험학습)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났다. 잘 자다가...
느닷없이 작은아이 단체복 빨래를 안 한 것이 생각이나 소름이 돋아서 일어났다.
이른 새벽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깼는지 어제 일찍 잠이 든 애들 아빠는 뭐 도울 게 없냐며 입바른 소리를 하며 나왔다가. 덥석 잡혔다.
" 어, 자기야 작은 애도 오늘 체험 학습인데 내가 단체 티를 안 빨았네?! 지금 손 빨래해서 드라이기로 말려줘! 부탁해! "
< 오늘의 체크리스트 >
*작은 아이 단체복 손빨래해서 입혀 보내기
*큰 아이 도시락 싸기 ( 주먹밥(참치마요)+ 불고기+ 볶은 김치+ 삶은 계란 + 과일( 샤인 머스캣과 사과) )
* 내 도시락 + 따뜻한 물 가져가기
* 큰 아이 복장 검사 + 돗자리 챙겨 보내기
* 저녁에 출발할 시댁에 가져갈 옷 싸기 + 어머님 영양크림 챙기기 + ( 가져다 드릴 짐 같이 챙기기)
* 브런치 글 발행하기
* 어제 못 본 모의고사 1회 문제 플고 채점하기
*출근해서 거래서 보낼 물건 용달 예약하기
나는 눈을 뜨자마자 1개의 계획을 클리어, 애들 아빠는 눈도 못 뜬 상태로 나의 계획을 실행했다.
' 예상 소요시간 1시간! 지금부터 나는 미션을 시간 내 클리어한다.'
' 내 머릿속에는 빰빰빰빰 빰빰 빰빰빰빰빰 bgm이 깔린다'
쌀부터 씻어 앉혀놓고 사과를 깎아 설탕물에 담갔다. 계란을 삶아놓고 고기를 볶고, 어제 만들어놓은 주먹밥 속 재료를 꺼내놓고 주먹밥을 빚어 눈 코 입을 붙였다.
나의 손은 생각보다 빠르다!
벌써 주먹밥에 참치 마요를 넣고 곰돌이 모양을 빚어 도시락에 넣었다.
만드는 김에 몇 개를 더 빚어 내 도시락도 쌌다. 1타 쌍피다.
큰아이 도시락 + 내 도시락 완료
도시락을 다 싸놓고 사진을 찍는 여유도 있다.
어질러진 주방을 정리하고 애들 아빠와 작은 아이가 먹을 음식도 접시에 올려 아침까지 준비가 완료되었다.
내 출근 준비를 마치고 큰 아이의 복장을 점검했다.
낮에는 밖 활동을 할 거니까 티는 긴팔로, 대신 바람이 불거나 볕이 따가울 수 있으니 도톰한 남방을 입혔다. 바지의 기장이 짧을까 싶어 밑 단을 살짝 당겨 보았는데 여분이 없이 거의 딱 맞았다.
많이 컸구나..... 조만간 바지를 장만할 듯싶다.
정말 오랜만에 아이의 다리를 바짝 당겨 기장을 체크하는 것 같다.
여유가 있으니 이런 것도 하지 싶다.
큰아이의 도시락을 싸는 일도, 작은 아이의 준비물을 체크하는 일도, 내 도시락을 싸고 식구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 준비에 큰 아이의 복장 체크까지 소요시간 1시간 50분.
지금 이 글을 브런치에 발행한다면, 오늘 나의 체크 리스트는 모의고사 풀기+ 짐 챙겨서 시댁으로 출발하기 2가지를 제외하고 완료 상태가 된다.
확실한 건 어제의 10시간의 여유보다도 오늘의 2시간 동안 한 일이 많았다는 것!
머릿속으로 언제 다하지 싶었던 일들도 다 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하루 쉬고 출근한 오늘 같은 날 전화받으면서 글도 쓸 수 있다는 것!
결론! 나는 닥치면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닥치면!
맞닥뜨려야 하는 나 괜찮은 건가 싶다가, 막상 닥치면 다 해내니 다행인 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오늘은 긍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