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청개구리는 뭐든지 반대로 행동했어요.
" 아가야 물에 들어가면 안 돼! 무서운 뱀이 있단다. "
청개구리는 듣는 둥 마는 둥 물속으로 폴짝폴짝
" 아가야 밥 먹고 놀으렴. "
"싫어요! 놀고 나서 먹을래요! "
어느 날 엄마 개구리가 죽기 직전에 어린 청개구리에게 말합니다.
"내가 죽으면 물가 근처에 묻어다오.. '
늘 엄마의 말과 반대로 행동했던 어린 개구리는 죽기 직전 엄마의 말을 듣기로 하고
물가 근처에 엄마의 무덤을 만들죠, 그리곤 비가 올 때마다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 슬피 운답니다.
"개굴 개굴! "
"개굴 개굴! "
나와의 약속인 계획들이 하나둘씩 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중 하나가 브런치에 매주 1편의 글을 올리는 것인데, 연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주 목요일에 1편씩 올리려고 하는데 생각만큼 잘 안된다. 글이 빨리 써지는 날은 전에 미리 써놓고 목요일에 발행을 하는 날도 있고, 안써지는 날은 죽으라고 안 써져 목요일을 넘기고 금요일에 올리는 날도 있고, 그것마저도 안되는 때는 일요일에 가까스로 발행 버튼을 누를 때도 있다.
때문에 감히 연재는 못한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나 할까?!
미리 스스로의 연약함에 실망하지 않고자 보호하는 방어태세다.
유리 멘탈에 두부 같은 감성을 지닌 나는 스스로에게 깊이 실망을 하면 한동안은 키보드 두드릴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 뻔한 사람이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갈대 같은 마음가짐으로 근 40년을 살아온 사람이라 쉽사리 다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회복도 빨라 잊기도 금방 잊고 또다시 이것저것 다시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완전히 놓지는 못하는 사람임을 안다. 때문에 지금까지 어중이떠중이 같은 포지션으로 글을 찌끄리는 수준으로 살고 있는바 깊이 반성 중이다.
다치고 상처받아도 다시 끄적거릴 수 있는 회복력까진 갖췄으나 성실함과 끈기가 부족한 듯싶다.
한편으론 게으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한번 쉬기로 하고자 마음먹으면 밥도 안 먹고 누워서 천장 보고 숨만 쉬는 날도 있다. 물론 나 스스로가 그런 사람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최선을 다해 게을러지지 말자고 온 힘을 다해 본 모습에서 도망 다니고 있어 20대 이후로 그렇게 쉬어본 적은 없다.
나 스스로 항상 게으른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고 이것저것 먼저 시도하고 끝내놓은 일이 있어 30대 이후로 알게 된 지인들은 나를 부지런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헌데, 이번 주는 그게 안된다.
'게으른 본체의 나' 까지는 받아들여 열심히 도망 다녔는데 성실함과 끈기 부족으로 계속 나약한 상태다.
20년 가까이 잘 도망 다녔다 난 이제 게으름을 이겨낸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는데 아닌가 보다.
<이번 주 내가 한 일>
이번 주 목요일까지 정부 지원 사업 중간보고서 마감 -> 이미 화요일 완료해서 발송까지 끝냄.
이번 주 목요일까지 조달 신제품 등록 준비 완료 -> 전화 통화 끝나자마자 자료 조사하고 양식 기입하고 필요서류 정리해서 우체국 가서 서류 보내놓음. 무려 지난주에.
금요일 OEM 제품 팔레트 출고-> 이미 수요일에 운송 기사님 스케줄 확인하고 픽업까지 완료.
거래처 정기 물품 발송일자 확인 ->현장 제조 물품 완성 속도 파악 후 거래처 연락하고 입고 일자 확정해 놓은 상태.
이런 상태를 보면 엄청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 같은데 이렇게 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아칠 땐 현실도피를 하고 싶음 마음뿐이다. 진짜로 현실에서 도망을 간다 치면 목구멍에 거미줄을 치는 일이 같이 닥치므로 현실도피 차 피하는 나만의 세계가 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가짐도 다듬는다. 어디서 일어났는지 모르는 화도 가라앉히게 되는 평안의 상태로 빠지게 된다. 나는 그 평화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평화로의 시간에 접어들려면 당장 현실에 닥 일들을 모두 끝내놓고서야 가능하기 때문에 아득바득 힘을 끌어모아 정신없이 일을 끝내 놓는다.
정해진 날짜가 있다는 것!
생각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졌다. 옥죄어 오는 시간의 압박은 없는 능력도 쥐어짜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는 그동안 시간이 주는 압박감이 무서워 게으름을 이겨내려 했던 게으름뱅이 였을 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주는 압박감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끝마치고 나니 드디어 나의 시간이 생겼다.
그러나 이번엔 글이 안 써진다.
무슨 영문인지 청개구리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들이 몰아닥칠 때엔 글이 쓰고 싶다.
그 바쁜 와중에 글도 쓰고 싶고, 책에 푹 파묻혀 책이 읽고 싶기도 하다. 또 한동안 책을 읽다 보면 쓰고 싶은 이야깃 거리도 많아지고, 하고 싶어지는 말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아진다. 무엇 때문인지 운동도 꼭 이때 더 하고 싶다. 심지어 한동안 생각 없던 여행도 가고 싶어진다.
당장 처해진 현실은 "너 지금 책 읽고 글 쓸 시간 없어! 마감 날짜가 코앞이야! 자료 정리하고 양식 기입하고 필요서류 알아봐서 부족한 서류 준비하고 알았지 시간 맞춰서 일 끝내야 해 알겠니? OK?! "
하고 옥죄일수록 더 튕겨져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
꼭 반대로 행동하는 청개구리지 싶게.
오늘은 꼭 글을 쓰고 말아야지 하는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은 퇴근 후에 온전히 앉아서 써야지 하는데
왜 이러나 싶게 심통이 난다 괜히 신랑한테 심통을 부려본다.
' 나 오늘 글 써서 올려야 돼 시간이 없을 거 같은데 오늘 밥 안 해도 되지? 알아서 먹을 수 있지?? '
' ok! 신경 쓰지 말고 할 거 해 .'
완벽한 나의 시간이 생겼는데 글은 더 안 써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건 무슨 청개구리 같은 심보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