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에 오랜만에 고향에 다녀왔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집 가까이에 살 때는 명절에 안 와도 별말 없으시더니
어느샌가부터 내려갔다가 일찍 올라가는 걸 아쉬워하신다.
그래서 요즘에는 하루 정도 더 같이 있으면서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바람도 쐬러 다닌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차려주신 집밥을 먹으며 느긋한 아침 시간을 맞이했다.
점심은 간만에 자장면이 먹고 싶다는 어머니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서 시내 중국집으로 이동했다.
간짜장 셋에 미니 탕수육을 시켜 먹었고, 드시면서 맛있다는 말씀을 몇 번이고 하셨다.
그러면서 두 분이서 속닥속닥.
‘나중에 결혼하면 이렇게 우리 안 데리고 다니겠지?’
에이, 무슨 말씀이냐며 ‘그땐 넷이서 다니면 되지!’하고 맞받아쳤다.
어머님은 자장면이 좋다고 하셨다.
식사를 마치고는 무릎이 불편하신 아버지의 한 쪽 신발 뒷굽이 닳은 걸 봤다.
계속 괜찮다고 손사레치시던 아버지께 그리 비싸지 않은 신발이지만 튼튼한 놈으로 신겨 드렸다.
그리고 기차 시간이 조금 남아서
기차역 카페에 앉아 기다렸는데
어머니는 이런 카페는 처음 오신다며,
이 커피는 뭐냐며, 맛있다고 연신 좋아하셨다.
이윽고 출발 시간이 다 되어 자리를 정리했다.
새로 생긴 기차역이라 역사 구경도 하고 싶다는 티나는 핑계를 티나지 않게 대시곤, 내가 타는 열차칸 앞까지 배웅해주셨다.
오랜만에 내려왔다가 홀랑 가버리는 아들에게 서운한 티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뭐든 조심하라는 말만 몇 차례 던지시곤 뒤돌아 가셨다.
그리고 일주일 후,
수백억이 쌓인 돈 사진과 황금 토끼 사진을 보내주시면서 그때 기차역에서 먹었던 커피 이름이 뭐냐고 물으셨다.
잘 지네고잊지.
역에서
커피먹은거
커피이름이며지이름알여고
두 분이 드신 건 ‘카페라떼’고
커피에 우유를 탄 거예요.
더 달게 드시려면 ‘바닐라라떼’로 달라고 하시면 돼요!
커피는 잘 모르겠지만
라떼는…그리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