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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솔 Jul 28. 2024

22. 100화 달성, 불안과 자기 확신의 경계

작년에 에세이에 이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웹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까지만 해도 정말 뒤가 없는 상태였다.


에세이 기획 출간 계약이 되어 있었지만 책은 아직 실물로 나오지도 않은 상태였고, 나온다고 해도 전업으로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는 상황이었으니까.


예상대로 책이 나오고 가끔 들어오는 강연 수익을 합해도 회사에 다닐 때와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전업작가로 삶의 방향을 정했을 때 불안한 삶이 이어질 줄은 당연히 예상했지만, 이건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현실 그 자체였다.


더 나은 길이나 빠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와 불안한 마음에 비교를 하고 있다 보면,

마음이 꽉 막힌 것처럼 몸도 꽉 막혀왔다. 어깨 목 뭉치고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아려 와서 자다가 깬 적도 수없이 많았다.


그러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내 앞에 놓인 바닥만 묵묵히 바라볼 때에야 다시 오늘치 걸어야 할 길 눈에 들어왔다. 매일을 그렇게 버티며 글을 쌓아 올렸다.


웹소설을 네이버 시리즈에 론칭 일정을 잡기 위한 데뷔 분량이 120화, 그리고 이번주에 결국 내가 채운 화수 100화. 이제 20화만 더 쌓으면 정말 멀게만 보이던 신대륙이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들게 건너온 길의 끝에는 과연 내가 원하던 것이 있을까.'


그건 정말 벌어지기 전에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몇 달 전에 어떤 지인과 이야기하다가 비슷한 말을 했더니 그 지인이 말했다.


"작가님, 성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웹소설도 시작하셨던 것 아니셨어요?"

"글쎄요. 저는 제 글을 쓸 뿐이고 성공은 독자가 정해주는 거니까 항상 불안하죠."


좋은 에이전시와 계약했고 그 따내기 어렵다는 네이버 매열무 프로모션까지 확정받았으니 신인 웹소설 작가 치고는 충분히 빠르게 내 것을 만들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그리고 이 불안은 내가 데뷔를 하고 나서도, 작품을 몇 개씩이나 내고 나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제 새롭게 익혀나가야 할 것은, 내가 선택한 작가라는 길은 '불안'이라는 감정과 친해져야만 하는 것이니 그에 익숙해지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불안 속에서도 자아를 유지하고 나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수련이 필요하고.


괜찮은 척, 자신만만한 척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오늘도 겸손하게 초심으로 글을 써나가다 보면 결국 불안함이라는 터널의 끝에 닿아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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