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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Jun 18. 2024

밥줄

  

어떤 사내가 14층 우리 집, 아파트

더러워진 유리창을 닦는다

밥줄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다    

 

안에서 보는 나도 아찔한데

사내는 얼마나 아찔할까

아닐지도 몰라, 저 일은 

암벽 타는 등산가들이 한다잖아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도

능력이고 재능이야

옆에서 쫑알대던, 아내가

사내를 향해 소리친다

수고하시네요, 고마워요

사내에게 가닿지 않는, 아내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서럽게 훑는다     


어떤 밥줄이 사내를 잡고 

14층 우리 집 아파트 유리창을 닦는다

위태롭고 가는, 밥줄이 

더러워진 유리창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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