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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글밥짓는여자 이지영
Jun 17. 2022
커피나무의 분투
나무는 열매. 나는 눈물
몇 해 전
바깥
양반이
커피나무가
심긴 커다란 화분을 들고 왔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화분
엉덩이들을
요리조리
비틀어
옮겨놓고 해가 가장
잘
드는
명당자리를
골
라
커피나무를
앉혔다.
우리도 흡족했고 저도 마음에 드는
눈치다
.
부부의 분에 넘치는 관심 때문인지
커피나무는
진한 향기 내뿜으며 하얗고 자그마한 꽃을
피웠다.
그 자리마다
커피콩이 매달릴걸 생각하니
몹시도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기후가
이렇게 다르니
열매가 맺기는
하겠나
꽃만 피고 말겠지
했다.
그러나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는
꽃 진 자리마다
작고 동글동글한 초록 열매를 등처럼 매달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열매를
키워나갔다
.
세상의 시간이 아니라 저
만의
시간을 품고 있는 듯 그렇게 천천히
여름을
보냈
고 가을이
다 가도록
초록
열매는
익을
기미가
없었다
어쨌거나
크로노스적 시간은 계속되었고 결국
열매를 익히지도, 떨구지도
못한
상태로
겨울이
왔다
.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으니
포기를 한 건지
, 무슨 꿍꿍이가 따로 있는 건지
별다른
내색
없이
초록열
매를
마냥
붙잡고만
있었다.
제 조상이 살던 환경에 비해
일조량도
턱없이
부족한데 동장군까지 찾아왔으니
제대로 익기는 글렀다 싶었다.
짠하고
보기
딱하여 거실로 들였다.
그런데... 생명이란 참으로 질긴 거더라.
커피나무는
한겨울 내내
초록열매를 꽉... 붙잡고
있었고
,
그 눈물겨움 속에 콩알만 하던
열매가
땅콩알
만하게 커졌고 얼마 안 있어
새
봄이 왔다.
잎
달린 것이라면
꽂을
피우는 시절이
도래했으니
이제라도 정신 수습하여
해묵은 열매를
떨궈내
고
향기
대동하여 제
꽃을 피우려나 했다
.
그러나
온천지가 꽃으로 번져가던 그 봄에도
커피나무는
초록열매만을 지키며 자신의 시간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렇게
은근하면서도 처절한
분투 덕분으로
여름볓이
좋은
어느
날
!
드디어
붉
. 은. 빛. 을 띠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가
열댓 알 매달려 있던
모든
열매들이
빠알갛게 익었다.
나는 그
고요한 장엄 속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미숙한 판단으로 그만두었거나, 때려쳤거나, 외면했던
오만 다섯 가지
생각
들이 서로 부대끼며
아우성쳐댔
다.
그중에
몇 놈들은
망막을
뚫고
나와
아래로
수직 하강하였다.
keyword
커피나무
열매
일상
글밥짓는여자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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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가
「글밥짓는 여자」저자 . 평범한 일상을 수집하여 글밥을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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