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모듈화를 활용하는가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1/04/08/A3GL5V4KARAHNFUWMF3UEVM37M/
최근 반도체 수급 문제로 자동차 회사들이 양산에 문제를 겪고 있는데, 테슬라만은 예외라는 기사입니다. 테슬라가 반도체 수급 문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사실보다 그 이유를 분석한 내용이 볼만 했습니다. 저는 기사 내용을 모듈러 디자인 관점에서 살펴본 내용을 첨언하고자 합니다.
1-1. 제품을 모듈화 하기 전에 제품을 최대한 단순화해야 합니다. 여기서 단순화한다는 의미는 고객에게 동일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기능과 맵핑되는 구조를 최대한 적게 가져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중복되는 기능 없이 최대의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수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1-2. 테슬라가 전기자동차라는 점은 모듈화를 적용하기 최적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상대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모듈화 하기 용이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 테슬라는 차량 한 대에 ECU라는 반도체 소자가 4개만 사용하지만,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는 적게는 30개에서 많게 100개까지 사용한다고 하니 차량 하나 만들 때 반도체 수급 문제에 취약한 지는 말 안 해도 뻔합니다. 이렇게 ECU 개수를 줄였다는 것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구조 요소를 최대한 통합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테슬라가 통합 제어, 자체 운영체계를 탑재했다면,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는 각각의 기능 단위가 분산 제어되고, 개별적인 운영체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조가 복잡하고 반도체 수가 많아진다는 분석이죠.
1-3. 이렇게 제품 구조가 단순화되면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상황이 좋아질까요? 아닐 겁니다. 내연기관의 복잡한 제품 구조는 그들에게는 해자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즉, 진입장벽이었죠. 복잡한 제품 구조와 그에 따른 복잡한 공급망 자체가 해자였는데, 전동화는 그것을 깨버립니다. 제품 구조의 복잡화보다는 단순화는 모듈화를 통해서 고객 맞춤과 같은 고객 가치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2. 테슬라의 모델이 적은 것은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에서 자유롭게 만들었습니다. 보급형 모델인 Y, 3 딱 두 모델만 양산하면 되는 테슬라 대비하여 다수의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은 수십 개의 모델을 양산해야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가 필요하겠죠. 모델 수가 적고, 모델 당 반도체 개수가 줄면 수급해야 하는 반도체 종류가 줄고, 관리해야 하는 협력사 수도 줄어듭니다. 즉, 공급망이 단순해 지죠. 그만큼 탄력성이 높아집니다. 표준화/공용화는 단순히 제품 설계나 생산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부품 수와 종류가 늘면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그에 따라서 비용과 리스크가 증가합니다.
3. 핵심 모듈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테슬라는 운영체계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핵심 모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 다른 글에서 핵심 모듈은 고정부이든, 변동부이든 내재화하고 내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에서의 핵심은 배터리, 소프트웨어, 제어장치의 핵심인 반도체입니다. 테슬라는 이 모든 것에 핵심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라도 외부 힘을 빌린다면 그만큼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겠죠. IBM 호환 아키텍처를 만든 이와 IBM 호환 아키텍처가 퍼스널 컴퓨터의 대세가 되면서 누가 돈을 벌었는지 생각하면 핵심 모듈을 왜 내재화해야 하는지 명확해집니다.
4-1. 모듈화뿐만 아니라 통합화도 중요합니다. 모듈화의 최대 약점은 모듈 간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완제품이 완결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완결성이 부족한 사례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들곤 합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최적화된 아이폰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각각 다른 주체에서 만드는 안드로이드폰, 같은 종류 또는 같은 사양의 부품을 쓰더라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최적의 성능을 내는 것이 어떤 종류인 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기사에서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예를 들었습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은 역시나 배터리입니다. 배터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가 아직 배터리 비용이 자동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재는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입니다. 그것을 소프트웨어가 보완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불필요한 사용은 최대한 줄이고, 전지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소프트웨어가 담당해준다면... 그 자체가 가격 경쟁력이자 성능 경쟁력 아닐까요?
4-2. 전기자동차는 크게 메카트로닉스 모듈, 소프트웨어 모듈, 서비스 모듈, 배터리 모듈 등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듈화 되어있지만, 완제품이 완결성을 갖도록 역시나 통합화되어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메카트로닉스 모듈의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자체적으로 설계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합 운영하는 그랜드 아키텍처 역시 자체적으로 설계 및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부족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외부 협업을 아끼지 않으며, 아키텍처를 통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각각의 모듈들은 그 자체로 플랫폼 화하여 다수의 모델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수의 모델에 통합된 한 종 또는 소수의 아키텍처를 운영 가능하므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자체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고, 반도체를 직접 설계한다는 것은 이와 같이 자체적으로 아키텍처를 갖고 그에 따라서 모델을 확대하는 방향을 취함을 의미합니다. 폭스바겐의 2030 전략도 동일한 맥락이고요.
참고로 향후 자동차 회사들의 제품 전략은 다음 모습을 포함할 겁니다.
1) 서비스 플랫폼을 위한 자동차 하나하나가 하나의 모듈로 동작
2) 자동차 내에 메카트로닉스 모듈, 소프트웨어 모듈, 서비스 모듈, 배터리 모듈 존재
3) 개별 모듈들이 다수의 모델에 적용되기 위해서 개별 플랫폼화
4) 개별 모듈 내 부품들의 표준화/공용화
여기서 모듈화, 플랫폼화는 기본 원리가 될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