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자현 Mar 04. 2021

당신의 우산이 되어줄게요

새마을금고 공제

“이번 상반기 공제 실적이 좋지 않아요. 직원들 모두 신경 써주길 바라요.”

직원회의를 끝나자 막내 직원이 투정 아닌 투정을 한다. “아니 선배님. 요즘 누가 보험 같은 거 많이 가입하나요? 고객님들도 다른 회사 상품 다 가입하시고 저희 상품은 잘 모르시던데. 말 꺼내기도 힘들고… 그냥 다 힘들어요 정말.”


공제. 새마을금고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이다. 공제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공동으로 재산을 준비하여 두는 제도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가입기간이 길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상을 못 받으니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새마을금고 직원으로서 방문 고객님들을 상대로 영업판매를 해야 한다. 고객님이 필요한 종류의 상품을 소개하고 설명하여 가입까지. 또 사고 발생하면 접수하여 보상받을 수 있게 관리도 한다. 다른 영업활동이 그러하듯이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계약을 따 내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막내 직원의 고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 공제뿐만 아니라 예금 대출 카드 기타 등등해야 할 것이 참 많다. 가끔 고객님께 상품을 설명할 때 부정적인 말들을 들을 때면 조금 마음이 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금고에서 어려울 때 가입한 공제상품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많이 본다. 창구에서 접수된 사고신고 내역을 보면 아주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서 사전에 준비해 두지 않으면 막상 큰일 이 닥쳤을 때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주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직원의 설명을 듣고 가입한 상품이 나중에 몸이 다쳤을 때 큰 도움이 되었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고객님도 많이 만난다.


또 나의 어머니도 그러했다. 몇 해 전 어머니는 유방암 판정을 받으셨다. 평소에 건강하시고 아픈 곳이 없으셨어서 건강검진에서 발견한 암은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또 그와 함께 오랜 기간 동안 치료받으며 지출될 병원비도 걱정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의료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어서 질 좋은 치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암 치료는 수술과 별개로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데 그동안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그때 많은 경제적 도움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어머니가 가입하신 보험상품이었다. 덕분에 어머니는 병원비 걱정 없이 충분한 치료를 받으셨고 지금은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고 건강하게 생활을 하신다.


이런 나의 이야기를 들으신 고객님이 암 관련 상품에 가입하셨다. 상품 가입 후 사고신고 없이 건강하시길 바라지만 혹시나 고객님께 사고가 발생해도 고객님의 우산이 되어주길 바란다. 영업활동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진솔하게 정직하게 한다면 고객님들도 그 마음을 알아주신다. 막내 직원에게 설명해 주며 잠시나마 선배의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뿐만 아니라 실적을 올렸다며 선배들의 칭찬까지.. 뭐 이 정도면 괜찮다 생각이 든다. 그러나 윗분들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이번 달 실적이 너무 저조하네요. 이번 주까지 새로운 가망고객 관리 보고하세요.” 야근이다… 이런…



“고객님 이번에 새로 나온 상해 관련 상품이….”

“아 싫어. 가입된 거 많아서 필요 없어요. 충분해.”

“고객님 일단 설명 한번 들어 보시고 고민해보세요. 이게 가격도 싸….”

“그만! 너무 많이 들었어. 여기 올 때마다 얼마나 권유를 하던지 필요 없는 것도 막 들었어.”

하. 안 통한다. 그럼 이제 마지막 필살기를…


“이거 하나만 가입해주세요. 제가 이번 달 실적이 안 좋아요. 정말 스트레스야. 사장님...”

“뭐라고? 아이고 지겨워. 지겨워 죽겠어. 내가 진짜 못 산다 못살아…”

“이 상품 새로 나왔는데 금액도 저렴해요. 설명서 한번 읽어 보세요. 여기.”

“진짜 이번에만 가입하는 거야. 나 이제 끝 끝!!” 


나의 불쌍한 연기에 마지못해 고객님이 상품 가입을 하신다. 금고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이 고객님은 매번 나의 권유에 싫다고 하시면서 가입을 해주시는 감사한 고객님이시다.


지켜보던 직원들이 나와 사장님의 코믹한 상황을 보며 킥킥거리다 결국 다른 고객님과  다 같이 박장대소를 하신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덕분에 윗분들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 뜨거운 시선은 무엇…? 후배님 먹고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겁니다. 실망한 표정 거두시고 얼른 고객님께 설명하시죠. 얼른.




이전 09화 보이스피싱, 범죄입니다. 피해신고는 1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