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로 배우는 법률 인문학
왕자와 결혼하면 돈 문제로 고생없이 잘 살 줄 알았던 백설 공주. 마이너스의 손이었던 왕자 덕에 현실은 꿈과 다르게 흘러가는데요.
현실적인 변호사는 왕자와의 결혼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고 싶습니다.
백설 공주는 교제기간도 없이 자신을 살려준 왕자님과 결혼합니다. 그리고 동화는 끝이 납니다. 백설 공주는 동화의 마지막처럼 과연 결혼 후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경험상 오래 사귀고 결혼했다고 해서 헤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었고, 짧게 사귀고 결혼했다고 해서 빨리 헤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어려운 고난이 닥쳤을 때, 그 이벤트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둘은 헤어지기도 하고, 사랑이 더 굳건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우연히도 이혼상담을 했던 부부의 공통점은 혼전임신이었습니다.
아이가 생겨서 급하게 결혼한 부부는 결혼하고 서로에게 적응하기도 전에 아이가 하나 더 생깁니다. 아기는 말귀도 못 알아듣고,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도 않고, 시끄럽게 울기만 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자는 하루 종일 말도 안 통하는 아기와 있다 보니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 듭니다. 남편이 퇴근하면 ‘아 이제 누가 나를 도와 주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남편은 퇴근해서 반찬타박을 하고는 라면을 끓입니다. 사실 여자도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그래도 남편이 온다고 반찬을 꺼냈는데 남편은 그 성의는 생각도 안하고 라면을 쩝쩝 맛있게 먹으며 핸드폰으로 게임을 합니다. 밥을 먹으면 아이 샤워라도 도와주겠지 싶지만 남편은 피곤하다며 소파에 눕습니다.
사실 남자도 할 말이 없지는 않습니다. 혼자 살 땐 월급 300만원을 받아도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를 시작하면서 300만원으로 식구가 생활하려니 부족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게다가 아이 키우는 데 앞으로 얼마나 돈이 들어갈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픕니다. 그런데 아내는 그런 경제적 걱정은 공감하지 않고 얼굴만 보면 힘들다는 말만 합니다. 남자는 현실을 잊고 싶으니 게임만 할 수밖에요.
각자 내 한 몸만 챙기며 생활하다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생명체가 나타나 그 생명체까지 챙겨야 하니 남자도, 여자도 사실 힘듭니다. 둘 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대체 언제 이런 고난이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 서로에게 ‘오늘 힘들었지?’라는 말을 먼저 건네면 좋겠지만, 말이 곱게 나가지 않습니다. 결국, ‘이것 좀 해 줘!’, ‘왜 이런 것도 안 해 줘?’, ‘누구 집은 이것도 해 준다는데 당신은 왜 이래?’라는 말들이 오고 가다 헤어짐을 결심하게 됩니다.
이렇듯 두 사람이 살다 보면 꼭 경제적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육아, 실직, 질병 등 어려움과 고난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 서로에게 했던 말들과 행동이 결국 ‘서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내지 ‘이혼하고 각자의 삶을 살았습니다.’를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백설 공주 역시, ‘이제 왕자와 결혼했으니 명품도 맘껏 사고, 모피 코트도 하나 사야겠다’고 했다면 행복하게 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백설 공주가 ‘우리 왕자님, 오늘도 가족을 위해 고생 하는구나...’라는 마음으로 왕자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했다면, 또 왕자도 백설 공주가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아껴주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표현했다면?
아마 둘은 동화와 같이 결혼 후 행복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왕자의 사업이 망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왕자가 백설 공주에게 ‘고생시켜서 미안해, 앞으로는 더 열심히 살게.’라는 다짐의 말을 건넸다면, 백설 공주도 왕자에게 ‘그동안 고생한 걸 알아요, 저도 더 열심히 할게요.’라며 살가운 말을 건넸다면 둘은 그래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있었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왕자’나 ‘공주’와의 결혼만으로 행복이 보장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왕자’나 ‘공주’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부부가 서로에 대한 연민과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경제적 문제와 고난을 극복하면서 그 결혼은 행복한 순간을 이어가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