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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이년생 꼰대 Mar 17. 2021

교수님

 문장은 늪에 빠진 듯 푹푹 막혀 앉아서 쓰고 싶은 별 마음은 들지 않고 그렇다고 문학작품에 심취해 야독을 하는 것도 아닌 요즘이 고민이다.

 딴에는 나도 상허처럼 고금 없이 인간이라면 으레 가질법한 심정을 귀신처럼 읽어내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과, 또 하나 딴에는 문학작품에서 각색의 감정을 수집해 타인의 감정을 보면 내 감정주머니에서 같은 색을 꺼내 공감할 줄 아는 비사이코패스적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입학한 국문과이지만 요즘 보면 그것들이 썩 지겹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일상 중에, 신입생의 기민한 대학적응을 위해 교수님이 이런저런 상담을 해주는 화상 수업을 듣게 되었다. 첫 수업인지라, 또 인터넷창을 통한 합석 없는 대화인지라 분위기가 자못 어색했는지 교수님은 한 학기 간의 상담 진행에 대해 설명하시곤, 대학적응법도 좋고 시험공부법도 좋고 인간관계법도 좋으니 아무 내용이나 차례로 질문을 받는다 하셨다. 

 “다음 찬혁 군, 질문 있나요?”

 “아 네.” 나는 말문을 띄고 그 마 뜬 찰나에 교수님한테서 동질감이나 위로 따위를 받겠다는 악의를 생성해 기어코 질문을 내었다.

 “조금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교수님께서 국어문법론을 전공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여전히 그것이 재밌으신가요? 지겨웠던 적은 없으세요? 혹시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감사히도 교수님이 과거를 밝혀 주셨다. 그러나 그 과거라는 것이 나는 전공은 문법이지만 학부 땐 문학수업도 듣고 시도 써보았다, 시 쓰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정도고 여전히 힘들 때는 연구가 막힐 때 제일 그렇다 등 여간 질문에 기대한 답변은 아니었다. 그예 교수님이 답변을 마치니 아! 교수님은 결코 지겨웠던 적이 없으신 거야, 결론이 들어 교수로부터 동질감을 느끼려던 잔꾀는 나 자신으로 무참히 파고드는 외로움만 떨궜다.

 생각해 보면, 학문이 지겹지 않으니 교수가 되어 이리 하찮은 질문에도 답해주는 인연이 닿은 것이지 싶어 나의 질문만 갸륵하다.


 나는 교수는 못 된다. 

 헌데 또 비감은 문장쓰기에 싫증을 느끼면서 이 새벽 주렁주렁 문장을 늘어놓는 내 모습이랴. 국어와 국문을 학구하진 못 할지언정 네가 느낀 바를 문장으로 남기라는 열정은 아직 떠나지 않았나 보다. ㅠㅠ, 가가(可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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