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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이년생 꼰대 May 20. 2021

약관체감(弱冠體感)

 금년 들어 스무 살 됨을 한동안 체감치 못하였다. 또래들은 으레껏 1월 1일이면 편의점에 들러 술을 사며 지레 성년식을 치르곤 하지만, 그마저 나에겐 유년부터 친척들의 불유쾌한 주정만 맞아온 터라 술에 대한 로망은 자못 일찍부터 없었다, 말하는 것은 생구라지만—.

 이런 방어기제라도 지어야 덜 초라하랴. 실은 올 초까지 변변한 술자리에 한 번도 끼지 못함이 나의 숨기고픈 진실이요, 분노겠다.

 방외지사.

 앗, 이것도 방어기제야? 시쳇말로 ‘아싸’로 맞은 스무 살.     


 그런 내가 스무 살, 성년을 진정 가슴 벌게 와닿았을 때는 4월경, 즐겨 찾는 도서관에서의 일이었다. 별 볼 일 없는 정오, 습관 따라 도서관에 갔다. 도착해선 역시 ○○문학-○○문학-○○문학으로 이어지는 무수한 문학의 꼬리부터 찬찬히 뒤쫓던 중 나는 어느 책장 앞에서 발길을 꺾어 세웠다.

 ‘국어시간에’, ‘고등학생을 위한’, ‘한 학기 한 권’ 같은 구의 제목을 달고 서 있는 책들이 보이길래, 고교 시절 문학의 단맛을 일깨워주신 K선생님의 저서도 혹여 이곳에 구비되어 있을까 하는 은근한 재미짓에 멈춰본 것이다. K선생님이라 함은, 조선의 야설집 될까 <촌담해이>를 독서하신 감상을 비교과 시간에 밀고하시듯 들려주시면서 “찬혁 씨. 혹시 찾아 읽는 건 아니지? 쿡쿡쿡” 농도 던지실 정도로, 수능에 갇힌 우리 문학의 숨통을 종종 트여주신 분이셨다. 그리고 학생들이 풍채에 빗댄 ‘쿠마’를 애칭으로 쓰셨다. 선생님의 그런 곰살가우신 인상을 떠올리며 책장을 위 칸부터 훑어볼까 고갤 들어 책장머리를 본 순간 마주친 팻말이었다. 나는 그것에서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 못한 채 그만 폼페이의 화석이 되었다.      


 [청소년도서]     


 흐아! 언제부터였나. 시골 식당에 가 일찍 식사를 끝내도 더는 바깥 방방장으로 뛰어가기가······. 마음은 들고픈데 커버린 몸의 마비가 그 책장 앞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청소년을 나온 내가 과연 이 앞에 서도 될까 하는 애매함이 도리어 나를 책장에 얼마간 묶어두었나. 불과 몇 달이 지났고 해 하나 지난 것으로 이런 애매함이 불인식간 피어오름을 보니 나도 드디어 무언의 경계를 지나 분명 스무 살이 되긴 하였군. 얼른 책장을 지나치려다

 “찬혁 씨. 그럼 성인은 뭰 19금 영화만 보던?”

K선생님의 말씀이 떼려던 발길을 꾸중해 끝내 책장을 꾹꾹 둘러보았다. 선생님의 저서는 없었다. 대신에 <국어시간에 소설읽기>라는 책 하나 선뜻 꺼내 들곤 옅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집까지 돌아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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