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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네바 Jul 08. 2023

하루 20시간을 살게 한 나의 첫 파트타임

두 달만에 시작한 캐나다 로컬잡

캐나다에 온 지 한 달이 되던 날, 드디어 첫 파트타임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지원했던 곳에서 한 달 만에 연락이 온 것이다.

캐나다살이에 적응도 어느 정도 되었고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찰나에 연락을 받게 되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승낙을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토론토가 아닌 브램턴에 그것도 새벽 4시까지 가야 된다는 말에 엄청난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좀 더 알아보고 신청을 할걸... 교통편도 마땅치 않고 우버를 타자니 40불 정도 지불을 해야 돼서 돈을 벌자고 가는 일에 오히려 무료봉사를 하고 오게 생긴 셈이었다.

취소를 하자니 너무 늦은 상황이었고 결국에는 밤 10시에라도 버스를 타고 환승을 하기로 마음먹고 출발하려는 순간, 다행히도 셔틀버스가 제공된다는 안내를 받게 되었다.



안전하게 갈 수 있겠다는 안도감도 잠시, 처음으로 새벽 길거리를 혼자서 나서야 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다. 한국보다는 치안이 좋지 않은지라 혹시나 안 좋은 일을 당하게 될까 온갖 걱정을 하면서 버스 정류장을 향해 나섰고 아니나 다를까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무사히 버스를 탑승할 수 있었다.


이상한 사람들이 잔뜩 있을 것이라 생각한 블루나이트버스에는 예상과는 달리 나와 같이 새벽부터 일을 가기 위한 사람들만 가득했다. 오히려 피로에 찌들어 있는 이들이 취객보다도 더 무섭게 느껴졌다.



무사히 도착한 픽업 장소는 왠지 모르게 한국의 신도시처럼 느껴졌다. 어딘지 익숙한 느낌에 괜히 안심을 하고 예상 셔틀 도착시간보다 30분을 먼저 픽업 장소에 도착한 상황이서 셔틀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셔틀버스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한국의 관광버스나 미니버스 같은 차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차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출근을 하려는 TTC 직원의 차만 점점 늘어났다. 그 사이 스쿨버스처럼 생긴 버스가 와서 타려는 시도를 했는데 나를 못 본 것인지 일을 하기 싫었던 건지 나를 태우지 않고 가버렸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는데 다른 차는 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서 결국 리프트를 타고 출근을 하게 되었다.



출근 장소와 가까워서인지 예상보다 비용은 덜 나왔지만, 도착한 장소가 길 한복판에 있어서 또다시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리프트 기사도 새벽에 길 한복판에서 내려달라고 한 게 이상했는지 여기가 맞냐고 몇 번이고 물어봤고 나 역시 의심스럽고 무서운 상황이었지만 지도를 확인하니 출근 장소와 일치해서 결국 도로 중간에서 내리게 되었다.


내리자마자 마주한 것은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로 가득한 곳. 혹시나 어디론가 끌려가는 건 아닌지 눈물이 나려던 순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가려는 곳이 이곳이 맞다는 말에도 의심이 거둬지지 않았는데 퇴근을 하려고 지나가던 직원이 차를 타고 안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해서 다시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되었다. 그래도 한 번 가보자는 용기로 차에 탔고 너무나 다행히도 출근 장소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일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친절했다. '이게 캐나다구나'를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18시간 이상이 소요되었지만 캐나다의 근무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 사이에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실수를 해도 화를 내는 사람이 없고, 모두가 서로를 도우며 일을 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웃고 배려를 하는 근무환경은 너무나도 놀라웠다. 좋은 정보가 있으면 계속해서 알려주고 모르는 게 있거나 어려움에 있는 사람은 외면하지 않고 나서서 도우려고 하는 것 등 한국에서는 전혀 경험해 본 적 없는 모습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러한 문화에 스며들게 되었다.



단 이틀만 진행될 줄 알았던 일은 하루, 이틀이 더 늘어서 한 달 동안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유동적인 출퇴근시간에 한숨도 못 자고 연이어 출근하고 추운 환경과 불규칙적인 식사패턴 등으로 인해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겼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지 못해 자칫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영양제로 어떻게든 버텨내서 다행히 건강을 많이 회복했고 이어진 일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일을 하는 한 달 동안은 해보다 달을 더 많이 보았다. 달이 떴을 때 출근하고 달이 뜰 때 퇴근하는 일상이 계속되면서 내가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고 현지 친구들을 만나는 등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워홀 근무 환경에 가까웠던지라 중간에 그만둘 이유가 없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만족도는 아주 높았다.



하지만 단기 파트타임답게 일은 한 달 만에 끝났다. 완벽하게 적응을 해나가고 있던 찰나에 일을 끝내게 되어 많이 허무했지만 건강 때문이라도 길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 일을 하면서 항상 든 생각은 교대근무를 하는 친구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규칙적인 시간대를 살 때는 그들이 휴일이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막상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보니 휴일에는 제대로 놀고 출근은 제 때 맞춰서 하던 친구들이 신기하고 대단했다. 한 달만 이렇게 살아도 정신이 나갈 거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불규칙한 패던 속에서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건지.



어렵게 시작한 첫 파트타임은 끝이 났지만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캐나다에 더 빠르게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 달 동안 하지 못한 적응은 일을 하면서 다 한 것 같다. 특히나 새벽에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무서울게 없어져서 어디든 거침없이 혼자 잘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 나라에서 겁이 없어진 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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