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해야 한다.

by 노콩


출처 픽사베이

육아서를 읽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문장이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그래서 그 책들은 엄마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든지, 즐거운 일을 찾아 힘든 육아에서 좀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나는 그 말을 이렇게 이해했다. 내가 편안해야 아이의 잘못이나 투정도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고, 아이를 윽박지르는 일도 덜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 그것이 꼭 엄마 입장에서만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얼마 전까지 원룸을 운영하셨다. 아빠가 계실 때는 두 분이 함께 하셨는데,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엄마 혼자 그 일을 맡아 하셨다. 사실 덕분에 엄마의 생계는 해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세 있으신 분이 혼자 원룸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공실이 되지 않게 때 맞춰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청소며, 세입자가 요구하는 가구·가전을 맞춰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다. 겨울에는 보일러가 안 된다, 여름에는 수돗물이 잘 안 나온다, 장마철에는 비가 새기도 하고, 변기가 막혀 뚫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하나 하나 해결하며 엄마는 많이 지쳐 계셨다. 자연히 딸과의 통화에서는 그 고단함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힘들고. 오늘은 어디가 아프고, 어제는 어디가 아팠고. 엄마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인 줄 알면서도 참...... 그 통화가 달갑지는 않았다. 자연히 엄마에게 내가 전화를 하는 것보다는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거는 일이 많아졌고, 통화할 때도 ‘응, 응’ 소극적으로 대답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엄마가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다. 원룸을 팔고, 그동안의 빚을 모두 갚고, 엄마 혼자 사실 수 있는 작은 아파트를 사실 수가 있었다. 조금 외진 곳에 있어서 아파트 뷰는 푸른 논밭이다. 바람이 잘 들고 햇빛도 따뜻한, 엄마가 사시기에 충분한, 안성맞춤인 집이었다. 엄마는 그곳으로 이사하신 후 목소리도 한결 밝아지시고, 삶에도 여유가 생기셨다. 이사한 다음날 큰비가 내렸는데, 엄마는 평소처럼 깜짝 놀라 깨셨다고 한다. 비가 오면 꼭 어딘가에 물이 샜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있는 곳이 원룸이 아니라 아파트라는 것을 깨닫고 한시름 놓으며 다시 주무셨다고 한다. 엄마의 그 이야기를 듣는데 딱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했다.

“엄마, 이제 엄마 걱정은 반으로 줄 거예요. 앞으로 편안히 지내세요.”


출처 픽사베이

그 말을 하면서 문득 내가 깨닫는 게 있었다. 최근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횟수가 늘었다는 점이었다. 그 전엔 엄마의 전화를 받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내가 먼저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내가 먼저 아이들과 겪은 일을 얘기하며 깔깔 웃고 있었다. 문득 ‘엄마 뭐 하지?’ 궁금하기도 하고,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훨씬 많아졌다. 엄마와의 전화가 가볍게 느껴진 것이다.

‘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이거였구나.’

엄마가 행복하니 내가 엄마에게 다가가는 일도 훨씬 쉬웠다. 꼭 엄마가 자녀에게 잘 대해줘야 자녀가 행복한 게 아니라, 엄마의 편안한 모습에 자식도 편안함을 느끼고 스스럼없이 엄마에게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은 내게 어떻게 대하고 있나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화가 나서 씩씩거릴 때는 두 형제가 자기들끼리 쑥덕쑥덕하며 양치질도 하고 옷도 갈아입었다. 내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엄마, 엄마’하며 참 귀찮게도 나를 불러댔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그것은 정말 맞는 말이다. 나이 든 나도,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나도 친정엄마의 기분에 따라 이렇게 행동이 달라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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