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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심자 Nov 09. 2021

겨울의 '해'

“아빠 왜 요즘에는 빨리 어두워져?”

 딸이 말했다. 아이들의 질문은 간단하면서도 대답하기 곤란할 때가 있다. 지금 같은 경우가 그렇다. 흔히 어른들끼리 이야기하면 ‘겨울에는 해가 짧으니까’라고 대답하면 된다. 그렇게 배웠고 그런 줄 알고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과학시간에 배운 것 같기도 하다. ‘지구는 공전 운동과 자전 운동을 하는데 지구가 스스로 도는 것을 자전 운동이라고 하며 지구가 자전 운동을 하면 태양의 이동을 통해 낮과 밤이... 어쩌고, 저쩌고’라고, 분명 선생님이 말씀하셨을 것이다. 

 음... 나도 못 알아먹겠는데, 이런 걸 딸에게 말할 수 없다. 


 “겨울에는 ‘해’가 집에 일찍 가나 보네”

 “왜?”

 역시나 왜인가? 어찌 말해야 할까? 지인들이랑 말할 때는 ‘주둥이가 날아다니네’라는 말을 종종 듣는 편인데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뜸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생각하자... 생각해...


 “피곤한가 봐”

 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음...‘바보같이 피곤한가 봐’가 뭐냐?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냐? 어라 그래도 대답이 완전히 나쁘지는 않나 보네?

 딸이 더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럴 때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고, 사색의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부모로서 아이를 배려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었을지도...)


 “아 겨울이라 ‘해’도 추운가 보다. 그래서 집에 빨리 가나 보네. 우리도 놀다가 추우면 집에 들어가잖아. 밤에는 추우니까 ‘해’도 빨리 집에 가는구나!”

 일어서던 자세로 멈춰버렸다. 딸의 대답이 어렸을 때 220v 콘센트에 젓가락을 꽂았다가 손이 굳어버렸을 때처럼 몸을 감전시켰다. “겨울이라 ‘해’도 추운가 보다.”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분명 맞는 말이다.

 '이렇게 명쾌할 수가 있나? 네가 아빠보다 낫구나.'

 그리고 딸이 말했다.

  “아빠 ‘해’도 집에 가면 코코아 먹겠지? 추울 때는 코코아 먹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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