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마저 멈춘 침묵의 해변위에서
그 것은 잠을 청해보지만
지난날의 음성은 메아리치고
앞으로의 노래는 울려퍼지며
잠들기를 거부한다
창가로 몸을 돌려, 맞은 편 섬을 바라본다
빌어먹을 시계는 걸음을 멈췄고
창백한 달은 싸구려 호텔 벽의 그림처럼
빛을 잃었으며
바다는 미동도 없는데
저 섬의 나무는 잎을 살랑이고 있다
방 안에 노래가 울려퍼지면
그 것은 선율에 몸을 맡기고
웃다가 울다가 떨다가 멈춘다
그리고 멈추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을 깨우는 목소리
침묵을 거부하는 음성이 바다를 가로지르면
밤의 어둠이 섬을 삼키고, 나무는 자취를 감춘다
파도소리가 들린다
서늘한 바람이 창을 통해 들어온다
비릿한 모래 냄새가 침대 위에 내려앉으면
달빛은 나란히 누워있던 그녀를 깨운다
그녀가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면
그 것은 핸드폰을 열고 익숙한 소식들을 듣는다
귀를 막는다
달빛조차 끊어진 이 섬에서 나는 해변을 바라본다
밤의 해변 위에, 깨어있는 사람들이 홀로 있다
나를 바라보며 잠들기를 기다리지만
흥겨운 노랫소리에 침묵은 빼앗기고
그녀는 일어나 방을 나간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떨어본다
잎들이 살랑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파도는 다시 멈추고 달은 모습을 감추며
어두운 밤이 자리를 비우면
짙은 흔적이 해면을 삼킨다.
그리고 그녀의 발소리가 들린다.
끼익-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내 옆에 눕는다
나를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잠에 든다
그 날
침묵의 바다 위, 그 섬에는
겨울을 기다리던 나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