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by Gojak 고작

네가 있던 그곳에서, 너의 몸을 닮은

움푹 팬 구덩이를 본다

너의 무게가 누르고 간 자리

너의 향기조차 남아있지 않은 그곳에

밤의 기억들이 깨어있기를 기대하며

나는 그곳으로 내려간다.


너는 하늘을 올려보며 과거를 쌓아갔다

그 과거들은 너를 짓눌렀고 그런 너를 보며

나는 밤 끝으로의 여행을, 무한한 자유를 느꼈다.


네가 떠난 이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향기마저 주섬주섬 챙겨 가던 너는

기어코 모든 흔적에 칠흑 같은 밤을 덧칠했고

그 징벌 속에서 나는 손을 더듬으며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모든 것이 밤으로 덮인 이 숲길 위에는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 한 장만이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로

그저 던져져 있을 뿐이고

나는 그 백지 한 장을 쥐고

너를 닮은 그 무덤 안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 만큼은

존재하던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살아있고

시간은 압축되지 않으며

순간은 사라지고

영원하게 팽창하여 걷잡을 수 없게 커져만 간다

나는 그곳에 쭈그려 앉아 다음 징벌을 기다리며

깨어있음을, 고독을 느낀다.


아침의 노을이 찾아오면 나는 이 무덤을

원래의 주인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대지를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이 자리를 돌려주어야 한다.


붉은 점 하나가 내 얼굴을 찌르고

그 부끄러움에 눈을 뜨지 못한 채로

내 짐들을 챙긴다

그리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기어간다

그곳에서 차가운 도로 위를 핥아대며

짓눌리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바퀴벌레처럼

나는 세계의 어긋남을 바라보지만, 어째선지

알제의 그 청년처럼 저항을 떠올릴 수 없다.


지금, 이 정오의 순간에

오직 내가 떠올리는 것은

네가 떠난 그 자리 위에 남겨진

검은 백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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