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by Gojak 고작

몸이 썩어가고 있다
검게 변해가는 상처들은 악취를 내뿜고
그 더러운 기억들이 사방으로 도망치다 결국 벽에 붙어
떼어낼 수 없는 흔적으로 변해간다

나를 질식 시키는 사방의 벽을 따라가면 그 끝에는
백열 전구 하나가 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다
날카로운 철사로 눈을 찌르듯 백색의 빛을 내뿜으며
온 방의 모든 것을 멈추어 버리는
나의 시간마저 자신의 발 아래 두려하는
저 백열전구가 나는 너무도 싫다


나를 포기한 의사가 문 밖으로 나가자
목에 하얀 띠를 두른 한 남자가 이어서 들어왔다
그는 내 몸에 무언가를 올려놓고 불을 붙인다
주술이라도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말을 읊어대고,

그 뒤로 구경꾼들이 내 썩어가는 몸을
구경하러 무리를 지어 방으로 들어온다

나는 족쇄 같은 전구의 백색 빛에 묶여
그들을 내 쫒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방 안에 내 몸을 태운 재가 가득차고
그토록 증오하던 전구의 빛이 서서히 가려진다
온 방이 뿌연 잿빛 안개로 가득 찬다
발가락을 조금씩 움직여본다
내 발 끝에 한 여인이 서 있다

나의 어머니

그녀의 얼굴은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나는 느낄 수 있다
이 썩어버린 몸을 탄생시킨 내 어머니
내 발을 어루만지며 작별을 고하는
자신이 낳은 생명을 스스로 거두는
아, 죽음이여


내가 이 방에서 태어나던 순간에도
울음소리가 저 머리 위 백열 전구를 가로질러
온 방에 균열을 만들 때에도
그때부터, 그녀는 내 옆에 있었다


안개가 서서히 땅으로 가라앉으며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창 밖, 하루를 끝내고 숲으로 돌아가는 새들의 날갯짓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며 뿜어내는 흙냄새
작은 빛을 내는 가로등 아래에서 생을 태우는 나방들의 비명소리
영원할 것 같던 태양이 추락하는 소리


나를 포기한 의사가 문 밖으로 나가고
그가 나간 자리에는 달빛이 내려온다
나를 감싸 안으며 그녀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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