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끝나고 하늘은 서서히 밝아오는데
숲의 생명들은 이제서야 잠에 든다
어둑한 숲 속, 병든 빛이 미처 닿지 못한 이 곳
빼곡히 서있는 기억들이 눈 감은 채로
몸을 떨며 간간히 숨을 내뱉고
내일의 밤을 기다리는 나는
그들의 껍질 위에 남은, 지워지지 않을
검은 상처들을 더듬는다
갈라진 나무 기둥속에서
날개를 웅크리고 있던 붉은 새 한 마리가
창백한 하늘 아래로 몸을 던진다
선명한 태양 빛이 유리처럼 날카롭게 대지를 찌르면
사람들은 그 빛에 베이고, 찢기고 짓눌리며
그 쾌감에, 태양을 올려다보며 잊었던 죽음을 그저 기다리는데
붉은 새는 하늘에서도 대지를 바라보며
숲 밖에 있는, 모든 것들이 흐릿한 그 곳으로
자신의 죽음을 찾아 나선다
땅 위에서 흘러가는 새의 그림자
나는 그 흔적을 따라 걸었고
걸음이 멈추었을 때, 그곳엔 먼지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막과
그 한 가운데에 말라 비틀어진 우물이 있었다
열기를 내뿜으며 땅 위의 모든 것들을 쥐어 짜던
태양이 자취를 감추고, 밤의 그림자가 찾아올 무렵
붉게 타오르는 노을 뒤에서 붉은 새가 모습을 나타냈다
발 끝에 검은 실을 달고 온 그 새가 우물 안으로 뛰어들자
말라 비틀어졌던 우물은 거친 숨 소리를 내뱉으며
땅 위로 물을 뿜어냈다
숲에서 가져온 나무 껍질 하나를
그 푸른 물속에 담가, 씻어내고
보이지 않던 검은 흔적 속에서 나는
갈라진 내 얼굴을 찾아보지만
박박 문지르고 씻을수록
껍질은 부스러지고 가루가 되어
물 속으로 침전할 뿐이었다
붉은 새는 다시, 사막 너머를 향해 날아간다
발 끝에 묶여 있던 검은 실이
달빛 속에서 춤을 추듯, 땅 위를 쓸어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막 위에서 나는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동이 틀 즈음 다시 걸음을 옮긴다
내일의 밤을 향해
이 곳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