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남을 떠밀어 해한 업보가 금생에 이어졌다. 떨어져 죽어 되갚으리.
사주의 재미는 그것이 통계를 바탕으로한 다소 과학적 방식의 접근이되 동시에 해석의 영역은 시대와 유행에 따라 자유로운 데에 있다. 물론 사주를 보려면 기본적으로 만세력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하고 그 옆에 달리는 오행을 비롯 식신, 편관, 편인 등등의 작용도 알아야 하고, 가끔은 자신이 쥔 주의 기세가 아니라 주변, 외부 영향에 의해 사주가 바뀌는 예도 있으며 기본적으로 10년 단위의 대운 변화를 바탕으로 해마다 들어오는 오행과 신살을 고려하며 매해 따라오는 인간사적 변화 또한 있기에 사주를 바탕으로 운세를 본다는 건 전문적인 공부와 응용과 전달력이 필요한 전문직업이라 생각한다.
사주에서는 아주 많은 살殺이 있다. 족히 190여개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을 알진 못한다. 다만 12신살神殺이라 부르는 세간에서도 흔히 들어본 살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역마살驛馬煞, 도화살桃花煞, 망신살亡身殺 같은 이름난 것들을 말한다. 사주팔자四柱八字란 년월일시를 따지는 네 개의 사주와, 그 밑의 간지干支의 천간天干 지지地支를 나누어 팔자를 말하는데 이 지지와 지지의 관계에서 작용에 따라 변화하는 상태나 형태를 풀이하는 것이 신살이며 크게는 영향력이 높은 12신살, 작게는 각종 흉살凶殺과 복신福神, 귀인貴人의 존재 등등을 알아보는데에 쓰인다. 사주와 팔자의 상관, 지지의 삼관작용이 제일 중요하며, 신살간 조합으로 길흉화복을 해석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 능력이 미치진 못한다. 물론 무속에서, 절에서 정의하는 살과 풀이하는 방법은 또 다르므로 참고하시라.
나의 관심사는 극히 편애적이므로, 오로지 일주와 신살만 조금 찾아본 정도로, 어디 가서 누구 사주를 봐주거나 할 만한 수준도 되지 아니하다. 나의 일주는 갑목甲木인데 사주에 화火가 다섯이고 수水는 없다. 이는 매우 편향적인 상이라, 어디서는 스스로를 불태우는 나무라고 하는데 또 하필 출생이 한겨울이라 요행히 불길의 영향이 아주 크지 않으며 또 요행히 나무 자체가 아주 아름드리 나무라서 한쪽에서 불타고 있어도 다른 쪽에서는 생장이 계속되는 형국이라고 한다. 아주 마음에 든다. 사주에서는 마음에 드는 얘기를 골라 해준다고 싫어하는 이들도 종종 보았는데, 뭐 어떤가.
초년운에 지살地殺이 있었다. 신살에 지살이 두 개 있다. 역마살도 두 개 있다. 지살의 개념은 역마살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역마살은 본인이 스스로 말을 타 이동하는 수이고, 지상은 터의 변동으로, 거주지의 영향과 변화로 떠돌게 되는 살이다. 둘 다 이리저리 떠돌고 겉돌고 소속이 없거나 자주 변하며 타향살이를 하거나 그런 변수들을 관장하시는 분들이다. 다만 역마살은 활동성과 불안정성에 방점이 좀 더 찍히며, 지살은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음에 찍힌다는 점이다. 지는 반드시 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거처, 소속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 지살이 둘이고 역마도 둘이다. 이게 쌍으로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 사람에게 지살만 있으면 마음은 떠나도 몸은 매인다고 한다. 고독하고 억울하다. 역마가 겸하면 심신이 함께 나간다고 한다. 그러니 이 흉흉한 12신살 두 분이 사이좋게 손을 잡고 걸으시는 것을 보니 흐뭇할 지경이다.
물론 내게도 대유명 필살 흉살 백호살白虎殺과 육해살六害殺이 있다. 이들은 또 뭐라 하는지 들어보자. 육해의 해자는 모두 아실듯이 바로 그 해하다 할 때 쓰는 그 글자다. 근데 여섯을 해친다고 한다. 누구는 부모, 부부, 형제, 자식 여섯을 해친다고도 하고 누구는 사망, 질병, 형벌, 이별, 가난, 손실 여섯 액을 일으키는 형국이라 한다. 그러니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안좋은 게 다 닥치는 살이다. 육해살이 있거나 육해살이 강한 시기엔 가족과 무정함, 부부간 불화, 관재구설과 주변인의 절연, 고독한 인생, 배신, 질병, 신체 허약과 만성 질환으로 신경증, 혹자는 “본인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못하는 비운의 별” 이라 말하는데 나는 이런 싯구같은 사주풀이가 아주 좋다. 나의, 우리 육해가 역마랑 만나면 건강이 나빠진다. 일지에 있어서 “일이 진행되는 동안 노출이 되지 않기에 음흉하다는 말을 듣는다” 라고 한다. 온갖 욕을 먹을 수 있는 이 신살은 다른 조합과의 조화로 흉에서 길로 전환이 되는데, 이를테면 내 일지에 12운성十二運星(십이운성의 운행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중 사死의 운성이 하마터면 거기에 계시는 바람에 겁나 포악한 흉살이 임종을 앞둔 노인이 되는 형국으로 역전해 철학과 연구등에 소양을 보이는 꼴이 된 것이다. 육해살은 횡포해보이나 실제로는 침잠의 경향을 띤다고 한다. 비단 사건사고나 갈등만이 아닌 자살과 정신병에도 관여가 깊은 분이다.
백호살은 어떤 분인가? 이름난 그 분은 사실 별 거 아니다. 12신살의 목록에 이름올린 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백호살은 사실 오래전부터 주목 받은 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치 88년생 용띠 여자아기나 90년생 백마띠 여자아기들을 부러 낙태했던 시대적 문화처럼, 백호살이 주목받게 된 까닭 또한 가부장적 관습과 어긋나는 사주풀이를 하게 되면서 이를테면 전업주부 여성의 백호살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같은 류로 지나치게 주목받게 된 살이라고 본다. 본디 과거 사람들이 호환, 마마를 두려워하고 재앙으로 여겼고 원인 모를 위험 당함, 비명횡사, 친지의 급사 등을 가리키는 살이었으나 예측할 수 없는 강력함을 의미하는 정도였고, 소위 “피를 부르는” 살이라 흉흉하게 여겼지만 그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강인한 힘 정도로 풀이한다. 만약 살에 백호대살이 있거나 그게 두어개 세 개 있거나 해도 그것은 강화된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불길과 불행이 두 배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나의 신살엔 천살天殺 월살月殺 지살地殺이 모두 있는 것이 가장 큰 작용이다. 대자연의 힘이다. 호랑이는 그래, 평창올림픽의 수호랑같은 아이이다. 그러나 이 세 분은 모두 12신살이며 특히 천살은 고작 인간이 상상한 두려운 존재 흰 호랑이에 비할 수 없는 하늘 그 자체다. 즉 모든 천재지변과 자연재해를 관장하시며 자신의 노력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액난이 찾아와 하늘을 찾는 살이라 한다. 그러나 천살이 그나마 나은 점은 마치 하늘 구름에 우리가 자신을 과히 이입하지 않듯이, 비가 내리면 비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하듯이 액운이 작용하는 힘이 미약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생활을 조심하면 화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늘은 너그러우시구나. 비록 어떤이는 내가 월지月支에 천살이 있어 패륜자로 단명하리라 했지만 하늘은 너그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늘이 관대할 수 있는 이유, 주기적으로 불행을 준다 하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변덕을 부려도 어김없이 대지를 밝히고 양기를 내리기 때문이다. 내게는 월살이 있다. 고초살枯焦殺, 고갈살枯渴殺로도 불리는 이 살은 캄캄한 밤길을 달빛 하나만 의지해 나아가야 하는 형국을 말하는 살이다. 노력을 해도 이루지 못하고 길을 걸어도 가늠을 못한다. 대신 제가 간 길이라며 고집을 부리고 아집이 있다. 어차피 한낱 그저 우연한 밤길인 것을! “월살은 닭이 알을 품어도 부화하지 않습니다.” “월살은 밭에 씨를 뿌려도 발아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문학의 구절 같도다. 그리고 어떤 이는 월지 월살이 화개살과 합하면 “신앙의 교리를 위반하길 좋아해 이단교의 교주가 될 수 있다”는 특이한 상황의 존재를 말하고 있다. 아무튼 월살 신살은 낮보다 밤에 일하고, 밤의 은밀한(?) 거래의 돈을 주고받으며, 행운이 따르더라도 이내 나락의 길로 떨어져 캄캄한 길을 거닐 팔자이며, 그 바닥 본분을 잊지 않고 전력하시라는 의미를 전한다. 월살이야말로 치를 떠는 흉살 이상의 악살로 여겨지며 마찬가지로 정신병과 반사회적인 일, 사회적 실패를 아주 구구절절히 말하는 살이다.
그리고 년살年殺과 홍염살紅艶殺이 있다. 도화살桃花殺을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이다. 년살을 풀이해 도화살, 함지살 등으로 부르고, 홍염살은 도화살과 조금 다른 갈래의 살이다. 년살은 12운성의 목욕沐浴에 속하는데 이 목욕은 갓 목욕재계를 하고 나온 깨끗한, 순수한 상태를 가리킨다. 두려움을 모르고 호기심이 많다. 이것을 도화와 연결짓는 것이다. 꽃은 그저 피었을 뿐인데 인간들이 예쁘다 이르는 것이다. 휜 모양이 보기에 좋구나. 색이 곱구나. 그러면 그 꽃은 미색이 곱고 사람을 호리는 꽃이 된다. 도화살이 있는 이들은 도화살이 있음을 납득하는 이 절반, 언짢은 이 절반이 있는데 후자는 다수 자신에게 사람이 꼬이고 관계에 지장이 발생하는데 분명 자기는 그런 여지를 준 적이 없다고 말한다. 맞다. 그냥 꽃으로 났기에 끌려온 팔자이다.
도화살이라 하지 않고 년살 혹은 연살이라 일컫는 부류의 해석 방식은 이렇다. 도화살의 도화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써먹길 주장하는 측의 주장도 있다. 자신의 매력을 인지-파악은 끝냈고 사람을 갖고 취하는 일에 잘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각자의 의도와 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접근한 사람들에게 년살이 그들을 맞춰줄 수 있느냐, 없냐는 점이다. 몰려오는 이들에게 휘둘리게되면 되려 오는 사람들에 따라 끌려다니는 형태가 된다. 그렇다고 순진무구의 자연의 상태로 머물려 하려하면 어떻냐, 사람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기어코 그 백지에 글씨든 낙서든 남겨 지저분을 만들어놓고 가려한다. 하지만 우리 도화는 꽃이기 때문에 인간들의 짓거리보다 자기 관심의 향방에 더 무게를 둔다. 다만 뭇 사람의 공세를 받을 뿐.
홍염살은 이보다 더 나쁘다. 어떤 놈이 “세간지기중인처世間只是衆人妻”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 살이 있으면 길거리의 모든 사람의 아내가 된다고 믿었습니다.’ 라는 말이다. 이 말은 반드시 써먹을 것이니까, 이 글을 보신 분들은 탐이 나시더라도 참아주시길 바란다. 왜냐면 나는 이것이 꽤 그럴싸한 칭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 멋들어지지 않나.. 홍염살은 12신살에 해당되지 않지만 어떤 이들은 마치 타고날 때 쥐고 난 옥패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홍염살은 도화살과 유사하지만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 홍염살은 눈에 들어오는 존재를 끌어당기며, 자신에게 이끌린 존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소위 마음을 먹으면 저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가 이 살의 작용이다. 그리고 뭇 사람의 아내가 될 수 있다는 뜻 또한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나는 이 살을 장자 응제왕應帝王의 한 부분과 연결지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정작 응제왕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고 <장천하어천하藏天下於天下>라 해서 천하는 천하에 숨긴다는 해석만 나왔다. 이 고사는 장자에 나오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고기잡는 사람이 배는 산에 감추고, 그물은 못에 감추고 안전하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나 더 힘센 사람이 산에 숨긴 배를 지고 그물을 도둑해갔다.
작고 큰 물건들을 서로 다른 곳에 숨기고 감춘다고 큰 도둑이 오면 어쩔 수 없으니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 천하를 천하에 숨겨두면 훔칠 수 없다.
나는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데 장자의 제자 하나가 와 선생님 천하를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라고 물어 장자가 답하길 자네가 천하가 되면 된다. 고 기억해 얼렁뚱땅 해석하고 있던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
가장 중요한 신살을 말하기로하자. 바로 망신살이다. 그리고 공망空亡이다. 나는 이것을 두 개씩 가지고 있다. 망신살은 주요 살이고, 공망은 살 취급을 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지만 잡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요즘 세태에 맞게 관심받고 있는 분이기도 하다. 일단 망신살은 세간의 정의에서 짐작하다시피 망신을 당하는, 말이나 행위를 잘못하여 지위, 명예, 체면 따위에 손상을 입는 의미를 말하는데 사주에서 말하는 망신은 국어의 망신과 약간 다르기 때문에 좀더 기원을 올라가면 좋을 것 같다. 망신살은 망할 망亡, 몸 신身 혹은 망할 망 귀신 신神자를 쓰며, 역학적 의미에서는 사전적 의미와 조금 다르게 비밀 누설, 이익을 위한 노출, 의사에게 환부를 보이는 상황, 내부 고발, 자신의 치부를 밝힘, 옷을 벗고 속살을 보이는 행위에서부터 상식적인 망신의 의미와 가까운 언행 실수나 잘못, 처리에 있어 망하는 것. 또한 재산탕진과 패가망신 그리고 신체 손상도 포괄하는 정의가 넓은 살이다.
망신살은 유명하고, 대처법도 확실한 살이지만 그 확실한 것을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구설에 올라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들은 바로는 역으로 드러내기 껄끄러운 일, 숨기고 싶은 일, 부끄러운일, 위험한 곳, 위험한 것, 안하는 것 무언가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살이 길하게 작용한다고 하고, 언행과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기 주장을 하며 사람을 무시하지 말고 다른 이에게 끌려가는 편이 성취에 이롭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공망은 빌 공空에 망할 망亡을 쓴다. 말 그대로 있어도, 없어도 그만 길도 흉도 없다. 그러나 바쁜 신자유주의 현대사회에서 비어있는 시간과 정신상태는 휴식, 여가, 사색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아예 정상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생산성도 없다. 고로 공망이 많은 이들은 잡생각이 많고, 딴짓을 하며, 한눈을 팔고, 공상을 하며, 무기력하거나, 게으르다거나,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거나, 뭔가를 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결과를 내지 못한다거나, 허망하거나…. 자신의 비생산성과 불완정성, 비정상성에 대해 공망의 영향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떤이는 미미하다 말하지만, 어떤 이들은 흉악하게 작용한다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견해로는 공망의 사고 흐름을 생산성에 적용할 수 있다면 분명 획득할 실리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구상하는 편이다. 공망은 정말 존재의 의미에 해당되지 않는 빈 개념이 사주팔자라는 과학 시스템에 일거하는 존재라는 것, 아니 공망이라는 정의와 명명이 불가한 빈 공간이 존재함으로써 시스템이 성립되는 관계라는 지점이 아주 미혹시킨다. 그러니까, 비행기를 열나게 띄우긴 하는데 아직도 비행기가 날수 있는 상세 원리에 대해 다 알지 못한다는 것처럼. 공망은 그 알지 못하는, 정의할 수 없는 것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공망을 좋아한다. 공망을 부질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게 내버려 두어야 하는 존재이고, 그 빈 터가 있어야 내 존재가 완성된다.
※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는 부정확한 정보가 많을 가능성이 높기에 염두해 두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