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한 편, 첫눈 그리고 좋은 사람
참 오랜만에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공연예술 분야에 종사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또 코로나를 핑계로 요리조리 이유를 만들어 스스로에게 둘러대다 보니
이제는 연극이나 공연보다는 편하게 보는 영화 한 편을 더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장면 장면, 노래를 듣다가
대사를 듣다가 춤을 보다가
문득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찾아냅니다.
엄마 손 잡고 첫 연극을 보러 갔던 날의 일,
동생과 비눗방울을 불며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즐거웠던 일, 악당 역을 맡은 배우와는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버티던 어렸던 나의 모습.
새해 첫날 눈이 참 많이 내렸습니다.
자라고는 길이 미끄러워지는 게 싫어서
눈이 녹고 난 거리의 지저분한 모습이 싫어서 더는 눈 오는 날을 기다리지 않았었는데
소복이 쌓인 눈을 보다가 문득 어떤 느낌일까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차고 부드러운 감촉에 한번 더 놀랐습니다. 시린 손을 감싸며 내친김에
작은 눈사람도 한번 만들어 봅니다.
낯설지만 싫지 않은 그 감촉 속에서
또 한 번 찾아냅니다.
잊고 있었던 마음 한 자락을.
영화 한 편
연극 한 편
노래 한 소절
사진 한 장, 첫눈
그리고 좋은 사람.
그것이 오늘도 흩어진 나를 발견하고
복원하며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올해 들어 벌써 흩어진 나의 조각을
꽤 많이 찾은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