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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Apr 10. 2024

공모전에 응시한다는 건.

글을 쓴다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공. 모. 전.


하지만 공모전에 관심을 갖고 의지를 다지는 것과 실제 글 한편을 완성해 이메일을 전송하기까지는 엄청난 간극이 있었다. 

그렇다. 솔직히 나는 방금 공모전에 아주 짧은 글을 보내고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일단 날아오는 공모전의 대부분은 눈팅으로 끝이 난다. 사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장편, 중편, 단편조차 내게는 모두 장편과 같은 난이도이다. 간혹 도전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공모전들이 있다. 이런 공모전들은 일단 내 카톡에 묵은지처럼 묵혀둔다. 묵혀둔다는 의미는 주기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글쓰기의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절대 글은 쓰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반드시 도전해 보려는 의지는 확실하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 만만 한듯한 공모전들은 목에 가시가 된다. 영 불편하다. 산책하며, 달리며, 영혼 없이 요리하며,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영감을 떠올려보려 노력한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말 안 듣는 아들처럼 내 속만 태운다. 


영 불편하고 찌뿌둥한 시간 속에서 파이널 데이는 다가온다. 기가 막히게 직감으로 그날은 잊지 않는다. 놓치고 싶지 않기에. 그래서 커피 한잔을 술처럼 마시며 머리를 쥐어짜 낸다. 내일이면 황금 같은 도전기회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카페에 앉아 글을 썼다. 영감이 안 떠오른다고 생각했는데 글은 써졌다. 맞춤법을 수정하고 규정에 맞추고 신상정보를 적어 지정된 메일로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드디어 한 편의 공모전 응시가 완료된 것이다. 


이메일을 보내자 감회가 새로웠다. 당선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았다. 작품의 수준도 중요하지 않았다.(그건 뻔뻔한 기대니까.) 그저 하나의 도전을 마무리했다는 성취감에 기뻤을 뿐이다. 일종의 작은 성공이었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 그럴싸한 변명으로 실패를 정당화할뻔하지 않아서 기뻤다. 다음번에는 좀 더 쉬우리라. 더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라. 좀 더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해보리라. 하는 마음이 솟구쳤다. 


공모전에 처음 응시한다는 건 그저 당선 유무만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물론 중요도가 높긴 하다..^^)

그건 기분 좋은 성취감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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