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효진 May 15. 2024

진짜 나


타인이 찍어주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단체활동을 찍어서 단톡방에  공유한  사진들인데 보면서 충격을 먹었다.


저게 나라고?

입은 삐쭉, 여기저기 삐져나온 머리카락, 도망간 허리라인, 더 우람해진 등과 운동화를 신어 돋보이던 짧은 다리까지.


저게 나라고?


안타깝지만 그건 내가 맞았다. 나만 모르고 있던, 아니 외면했던 진짜 내 모습이었다.


삐죽 나온 입을 보고 싶지 않아 일부러 틀어진 각도로 사진을 찍었으니 사진첩 속에는 내가 보고 싶은 사진들로만 그득했고(아이고 의미 없다), 푸석해진 머리관리가 힘들어 짧게 잘라버린 머리는 끈사이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집 나간 여편네처럼...

(이하 중략..) 저녁마다 틈틈이 먹어제꼈던 각종 음식들이 등과 허리에 붙어 존재를 과시하는 것까지...


무의식에선 알고 있었으나 굳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진 않았던 적나라한 내가 떡하니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백 한 번째 다이어트를 다짐하며 매일 달리기와 식단변경을 외쳤다. 얼마 나갈지는 모르겠으나 40년 넘게 살아오며 단연코 가장 확실한 다이어트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남편도 사진 속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지 갑자기 운동을 한다며 누워서 엉덩이를 티 안 나게 실룩거린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어쨌든 운동소리도 안 꺼내는 사람입에서 운동소리가 나왔으니 대단한 충격요법임에는 틀림없다.


자, 이제 들고 있던 콜라를 가지런히 내려놓고 요가라도 한판 해야겠다.



이럴때가 있었는데ㅠ


이전 12화 놓치지 않을 거예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