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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우 Oct 16. 2023

[중앙선 역사문화기행] 마치는 글

중앙선 KTX 완전개통에 거는 기대감

마치는 글

     

옛 수도 경주에서 중앙선을 따라 서울 동대문과 5대 궁까지 올라오며 든 생각은 도시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곳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했다는 것이다. 신라의 황금기를 보여준 경주, 첨성대를 계승한 영천, 석굴에 삼존불상을 모신 군위, 초기 신라 시절에 조성된 고분으로 가득한 의성, 진성 이 씨와 풍산 류 씨의 이야기로 가득했던 안동, 최초의 서원과 극락세계의 부석사가 공존하는 영주.


팔경의 바위와 석기시대 역사가 함께하는 단양, 유서 깊은 천년 저수지가 상징인 제천, 섬강 소금산 출렁다리와 은혜 갚은 꿩 전설이 담긴 원주, 구한말 의병의 거점이자 두 한강이 만나는 양평, 정약용의 탄생지인 남양주와 동구릉의 구리, 마지막으로 동대문과 조선 왕조와 오늘날까지 수도로 이어진 서울특별시. 중앙선이 지나가는 모든 곳에는 굵직굵직한 역사와 문화가 함께 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 들려오는 안타까운 뉴스도 많다. 경북 의성군과 최근 대구광역시로 편입된 군위군은 소멸 고위험군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는 경북 영주시, 충북 단양군, 제천시 심지어는 경북 내륙의 핵심도시인 안동시를 올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한 때 영남우로였던 곳이 이렇게까지 몰락한 현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반면 한 때 영남좌로였던 경부선 축은 오늘날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나 거주하고 있어서 너무나 대조를 이룬다. 하긴 경부선을 지나는 광역시 인구만 합쳐도 무려 1,800만이 넘을 정도니까. 경부고속도로도 중앙고속도로보다 30년 가까이 일찍 개통되었으니, 교통이 편리한 곳에 인구가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지금도 경부선 축은 우리나라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도 2021년 중앙선 청량리-안동구간 KTX-이음이 개통되면서, 준고속철도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주중 하루 14회, 주말 하루 16회의 열차 편이 운행하며,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소요시간을 2시간대로 줄였다. 영주와 안동은 서울에서 이제 당일관광이 가능한 지역으로 된 것이다. 물론 촘촘한 경부선 KTX 운행 횟수와 비교도 안 되지만, 관광으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참고로 서울-안동 구간은 1단계 개통이다. 부산 부전역까지 이어주는 2단계는 2024년 12월에 개통 계획이 잡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옛 수도와 오늘날의 수도를 잇는 철도에서 제1도시와 제2도시를 잇는 철도로 진화하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또 다른 경부선이 생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단계 개통은 지역소멸지역을 복선으로 연결해 주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이를 통한 국토균형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부산에 거주하고 있어서 내년 12월 개통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번 연재도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쓴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부산에서 안동을 갈 때도 2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데다가 서울 북동부지역을 갈 때 오히려 중앙선을 이용하는 게 나으니까. 그래서 글의 구성을 서울에서 시작하지 않고, 옛 종점인 경주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기획을 잡았다. 참고로 경주에서 울산과 부산으로 내려갈 때는 동해선 고속철도 노선을 지나서, 부산과 울산은 넣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글을 통해 수도권 일변도의 여행이 아닌 각 지역에서 출발하는 시점으로 전환하려고 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만 있는 게 아니니까. 기사 댓글을 보면 요즘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주소만 찍으면 찾아갈 수 있는데, 왜 굳이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목적지까지 여정을 상세히 말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내가 의도한 것이다. 서울, 부산뿐만 아닌 충청, 호남, 강원권에서 오는 이들을 위해서도 추가로 여정을 적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앙선이 기존 철도 노선과 비교한다면, 역사문화 콘텐츠가 가득한 관광지가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경주, 영주와 안동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즐비하고, 단양과 원주에서는 고수동굴을 포함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관광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양대도시를 잇는 제2의 노선이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금의 경부선 중심에 치우친 경제를 분산시키는 일은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중앙선이 제2의 경부선으로 진화한다면, 그동안 소외되었던 지역에 다시금 온기가 돌지 않을까? 중앙선 KTX이음의 완전개통을 통해 철도여행과 도시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어, 우리나라 관광루트의 다양해지고 나아가 국토균형발전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 보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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