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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Jun 27. 2024

삿포로 원정기: 무한의 매력, 도요히라강 녹지공원(2)

런린이 다이어리 27-2

소세이가와강변 공원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로를 만나 왼쪽(동쪽)으로 따라 달렸다. 그냥 특색없는 도심길이었다. 토요일 아침, 도로변에 문이 굳게 닫힌 주점, 차 드문 거리가 고요하기만 했다. 달리는 내내 왼손에 스마트폰으로 구글맵을 보며 길과 방향을 확인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달려가니 '드디어(!)'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이 나타났다. 서울로 치면 한강고수부지였다. 도요히라강 강변공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오늘은 날씨가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부시게 밝은 햇살이 강변공원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새 파란 하늘은 시원했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으로 내려가는 계단. 계단을 내려가면서 오매불망 기대했던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을 달릴 생각에 엄청 설레였다.


강을 중심으로 강 옆에 풀밭이 있고 그 옆에 자전거 도로가 널찍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풀밭에는 역시나 나무들이 곳곳에 서있었다. 앞서 구글맵으로 보니 녹지공원에 테니스장이나 골프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자전거 도로를 앞뒤로 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도요히라강을 따라 곳곳에 다리들이 세워져 있었다. 다리 사이 거리는 1km 정도였다. 여기서 고민이었다. 오른쪽(남쪽)으로 가서 나카지마공원 인근까지 가서 나카지마공원도 달려볼까? 아니면 왼쪽(북쪽)으로 가서 삿포로역까지 직선 도로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오른쪽(남쪽)으로 달렸다.


도요히라강 녹지공원 모습. 처음에는 나카지마공원이 있는 남쪽방향을 향해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나카지마공원을 목표로 달렸다. 내친김에 삿포로의 또 하나의 명소인 나카지마공원도 보자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달려보고 싶었던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을 달리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쭉 달리자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끝이 보이지 않아도 차근차근 한걸음 씩 나아가면 된다. 그러다가 뒤돌아 보면 어느새 출발 지점이 멀리 보였다.


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흐~~읍, 후~~~우, 흐~~읍, 후~~~우.'

깊게 호흡을 들이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으니, 한결 호흡이 편해졌다.


앞에 달려가는 러너들이 보였다. 달리다 보니 왼쪽에 연어가 그려져 있는 표지판이 보여, 잠시 멈춰 스마트폰을 꺼내 파파고를 돌려봤다. '대체 여기에 연어 그림이 그려진 간판이 왜 있을까?' 궁금해졌다. 해마다 연어가 산란을 위해 도요히라강을 찾고 있어, 이들을 보호하자는 삿포로 하천사무소의 안내판이었다. 신기했다. 연어가 올라오는 강이라니!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에 세워져 있는 삿포로 하천사무소의 안내판을 파파고로 번역했다.


저 멀리서 도요히라강 바로 옆에서 걷는 사람도 보였다. 강가 옆에도 길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왼쪽에 풀밭에 난 길을 따라 강 옆으로 가 보았더니 강 옆에 제방이 있고, 제방 위로 좁은 아스팔트 길이 나 있었다. 방금 달렸던 자전거 도로가 넓고 편하게 나있어 달리기는 좋았지만 강 옆을 달린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도요히라강 바로 옆에서 달려보고 싶었다.


도요히라강을 따라 난 작은 길, 오른쪽이 도요히라강이다. 왼편 풀밭 너머 넓직한 자전거 도로가 있다.


도요히라강 폭은 한강의 1/4 정도 되는 폭이었다. 그리고 물도 많이 없어 강 줄기 옆으로 자갈밭이 드러나 있었다. 다만 물이 흐르는 소리는 거셌다. 마치 지난 3월 방문했던 경주의 북천 강변 공원에 있는 것 같았다.


나카지마공원을 향한다는 목표는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만 도요히라강을 따라 난 길이 어느쪽이 달리기 편한지가 중요했다. 왼쪽(북쪽) 방향으로 난 길이 아스팔트길로 달리기 편해보였다. 다시 왼쪽(북쪽)으로 달렸다. 도요히라강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를 들으니, 다리에 힘이 났다. 강가를 달리는데 바람은 없었다.


도요히라강의 모습. 한강보다는 폭이 좁았지만, 물이 흐르는 소리는 힘찼다.


문뜩 하늘을 보니 여전히 아침 햇살이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삿포로를 찾은 이틀째까지 날이 침침하고 추워서 워낙 삿포로 날씨가 한국보다 추운가 보다 했다. 하지만 삿포로의 햇살도 강렬했다. 하마터면 5월의 삿포로의 날씨가 우중충한 것으로 오해할 뻔했다.


도요히라강 강변을 달리자니 평화로웠다. 간간히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러너들이 보였다. 괜히 반가웠다. 이들과 마주치며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할 뻔했다. 북쪽으로 달리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올라와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으로 들어선 입구를 통해 나왔다.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에 자전거 도로 외에도 강 바로 옆에도 아스팔트 길이 나 있다.


가는 길은 왔던 길과 유사했다. 지나간 지 30분은 족히 지났을 텐데, 니조 시장은 한 가게만 문을 열었을 뿐이다. 아무래도 이번엔 시장 구경은 못하겠다 싶었다. 그 옆으로 나 있는 소세이가와강을 따라 달렸다. 역시나 난 물소리가 좋은가 보다.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즐겁다. 여전히 관광 모드로 달리고 있어, 힘들진 않았다.


니조시장을 지나 오도리공원 초입부를 알리는 삿포로  TV 타워가 나왔다.


몸은 힘들었지만 삿포로 오기전에 목표로 했던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을 달렸다는 성취감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니조 시장 옆에 소세이가와 강변 공원은 소세이가와강을 따라 조성됐다. 마치 광화문 청계천을 연상시켰다.

<'오도리 공원'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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