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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Jun 24. 2024

삿포로 원정기: 무한의 매력, 도요히라강 녹지공원(1)

런린이 다이어리 27-1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은 삿포로에 가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돌이켜보면 홋카이도대학이 달리기에 좋았지만, 삿포로로 가기 전에는 홋카이도대학보다는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을 더 기대했다. 


삿포로시를 관통하는 도요히라강을 따라 조성된 녹지공원을 달리면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의 코스'를 달리는 기분일 것 같았다. 실제로 도요히라강이 72.5km 길이의 긴 강이다 보니, 웬만한 러너들이 열심히 달려도 끝까지 달리기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옆에 강을 끼고 한갓 지게 달리면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숙소에서 가는 거리가 애매했다.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은 삿포로역에서 동쪽에 위치해 있었으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강 물줄기가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사선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삿포로 역에서 동쪽으로 가면 3km, 삿포로역에서 남쪽 스스키노역 방향으로 해서 가면 2.4km 정도 거리가 나왔다.


구글맵으로 찍어보니 도보로 30분 걸린다는데, 내 걸음으로 15분~20분 걸릴 것 같았다. 문제는 녹지공원까지 왕복 30분~40분 걸린다. 결국 녹지공원을 달리는 거리나 시간이 길지 않을 것 같았다. 길어봐야 10분? 그러면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을 굳이 찾아가는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그런데, 문제는 내 마음이었다. 내 마음은 한 발자국이라도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을 달려보고 싶었다.


삿포로에서 셋째 날 아침, 어김없이 5시에 눈이 떠졌다. 오늘은 삿포로시를 다닐 계획이라 오전에 오래 달려도 마음이 급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창밖을 보니 이미 해는 떠 있었다.


주섬 주섬 추리닝 바지를 입고 스포츠 티셔츠를 입었다. 회색 방풍 재킷을 입고, 양말을 신고, 러닝화 끈을 조여 맸다. 모자를 눌러쓰고 왼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호텔문을 나섰다. 전날 홋카이도대학을 달릴 때는 오전에 비가 부슬부슬 왔는데, 오늘은 습기도 없고 새벽 공기가 상쾌했다.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나니 몸이 가벼워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도요히라강 녹지공원까지 가보자!"며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코스는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역이 있는 남쪽으로 내려가 오도리공원까지 달린다. 그리고 오로리공원에서 동쪽 방향에 위치한 삿포로 TV 타워를 지나 다시 남쪽으로 향한다. 소세이가와 거리를 따라 니조 시장을 지나 대로가 나오면 다시 대로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다 보면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이 나온다.


새벽 시간의 삿포로시내는 도로에 차가 없어 한적했다. 새벽 고요한 도로를 보면, 낮에 도시가 얼마나 생동감이 느끼는지 실감하게 된다.


토요일 오전 5시 무렵이다 보니 차도에 차가 없었다. 주말 새벽이라 도심을 달리기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차가 없으니 횡단보도를 만나도 차가 없어 눈치껏 지나갈 수 있었다. 때로는 내가 나가가니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삿포로역에서 오도리공원까지 달렸다. 낮에는 인파와 상점들로 활기가 넘쳤던 거리였지만, 고요하기만 하다. 간혹 새벽 시간에 삿포로역을 향해 걸어가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이미 날이 밝아 위험하겠냐 싶으면서도, 괜히 무서워 슬쩍 옆으로 피해 달렸다.


10분 정도 달렸을까? 몸과 얼굴에 열기가 서서히 올라왔다. 얼굴과 등에 땀이 차는 것이 느껴졌다. 


오도리공원에 들어서니 공원 곳곳의 벤치에 노숙자나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일본에 가출 청소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가급적이면 이들과 시비라도 걸리지 않을 거리를 유지하며 왼쪽(동쪽)으로 꺾어 삿포로 TV 타워를 향해 달렸다.


삿포로 TV 타워를 지나 소세이가와 사거리에서 오른쪽(남쪽)으로 달렸다. 이곳은 삿포로시의 유명한 전통시장인 니조시장이 있는 곳이었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아나 각 상점들이 문을 열고, 새벽 손님들로 북적이는 시장통을 상상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다. 실망스러웠다. 도요히라강 녹지공원에서 돌아올 때 즈음엔 열기를 기대하고 지나쳤다.


삿포로시에서 특이했던 것은 도요히라강 서쪽으로 1km 남짓 거리에 소세이가와강이라는 작은 강이 있었다. 그 작은 강을 중심으로 작은 공원이 남북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었다. 니조 시장도 문을 안 열었는데, 그 옆에 있는 소세이가와강변 공원을 따라 달렸다. 역시 도로보다는 공원을 따라 달리면 괜히 마음이 편해진다.

니조시장 옆에 소세이가와강을 따라 형성된 소세이가와공원길 모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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