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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Jul 22. 2024

어렵지 않아. 첫 발만 내딛으면 돼!(2)

런린이 다이어리 31-2

※ 지난 5월 말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홋카이도대학 교정을 달렸다. 나뭇잎의 푸르름이 매력적이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였다. 큰 마음먹고 일산호수공원에 뛰어보자 하고 나갔는데, 호수공원을 달리는 사람들이 모두 잘 뛰는 것 같았다. 지친 기색 없이 힘차게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다른 러너들의 속도도 제법 빨랐다.


왠지 주눅이 들었다. 그래고 '질 수 없지'하고 힘을 내서 달렸다. 남들에게 뒤지지 말아야지 하고 달렸다. 그러나 평소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달린다고 해서 그들만큼 달릴 체력이 금세 만들어질 리가 없었다. 그렇다. 내 몸은 마음보다 훨씬 정직했다. 금세 다리가 무거워지고, 호흡이 가팔라졌다. 머릿속에선 작은 악마가 걷자고 아우성쳤다. 그래서 또 걸었다. 


남들처럼 잘 달리지 못하니, 오히려 달리기 싫었다. 그래서 다른 러너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며 걷기만 했다. 


'나도 잘 달리고 싶다.'

'나는 언제 저렇게 달리지?'


저속으로 달려보라는 모임필라테스의 LS원장님의 조언이 없었다면, 지금도 호수공원을 걷고만 있을지 모른다. 남들이 뭐라 하건 두 눈 딱 감고 천천히 달렸다. 그렇게 내 페이스대로 묵묵히 달렸다. 그러자 조금씩 거리도 늘어갔다. 체력이 천천히 늘면서 거리와 속도도 꾸준히 늘어났다. 지금은 10km를 달리고 난 후에도 더 달릴 체력이 남아있을 정도로 체력이 크게 향상됐다.


달리는 속도도 내 페이스에 맞춰 9.0km/h~12.0km/h 속도에서 유연하게 달릴 수 있다. 그래도 큰 무리가 없다. 이제는 다른 러너들을 봐도 주눅이 들지 않는다. 


수상스키도, 필라테스도, 달리기도 처음 시작하면서는 남들이 우습게 볼까 봐 두려웠다.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하지만, 초보의 서투름은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한두 번 하고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 과정을 견디고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체력과 기술이 쌓인다. 그리고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어렵게 습득한 기술 또는 체력이다 보니 나에게 돌아오는 성취감이 높다. 그렇게 내가 나를 칭찬할 거리가 계속 쌓여간다.


남들이 비웃을 것 같다는 두려움은 나만의 걱정이다. 처음 저속으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도 나를 스쳐 지나가는 러너들이 나를 비웃을까 걱정됐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 걱정이 우습기만 하다. 아마도 다른 러너들은 나를 자세히 볼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나 역시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면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러너, 천천히 달리는 여러 러너들을 마주친다. 그러나 그들을 보는 것도 한순간이다. 내 달리기에 바빠서, 혹은 내가 힘들어서 다른 사람을 차분히 관찰할 여유가 없다. 그냥 슬쩍 보고 별생각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다. 남들이 비웃을까 하는 걱정은 나 혼자만의 기우였다.


실제로 이런저런 운동을 배우면, 초보의 서투름을 비웃는 고수(숙련자)는 드물었다. 오히려 내가 그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그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응원하는 고수가 많았다. 


수상스키에 한참 빠져있을 때,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들끼리 스키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재미있게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수상스키를 안타는 사람들에게 수상스키의 즐거움에 대해, 기술 습득의 성취감에 대해 백날 이야기해 봐야, 호응과 관심을 끌기 힘들었다. 때문에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공감 가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것이 좋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가 소중하다. 그렇기에 모두들 초보자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초보자의 서투름은 누구나 겪는 관문이다. 그 문턱을 지나면 수상스키든 달리기든 그 운동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다들 초보자가 문턱을 넘을 수 있게 격려하고 응원한다. 달리기를 하는 즐거움도 남들과 함께 느낄 때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다 보면 서로 마주치는 러너들끼리 서로 파이팅을 외치면서 격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비록 나는 혼자 달리면서 그 문턱을 넘었지만, 매 주말 같은 시간 호수공원을 달리면서 마주치는 이제는 익숙한 러너들을 만나면서 알게 모르게 힘을 얻었다. 


초보의 서투름이 창피해서 포기하면 영원히 아무것도 못한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고수들도 초보로 시작했다. 그냥 두 눈 딱 감고 한발 내딛으면 된다. 그렇게 입문하고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실력이 된다. 


그래서 난 초보자가 가장 존경스럽다. 내가 모자란 점을 알지만 극복하기 위해 꾸준하게 도전하는 그 용기가 가장 멋있고 아름답다.

<끝>


지난 5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홋카이도대학 교정을 유유자적 달렸다. 두리번두리번 교정의 풍치를 즐기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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