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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Jul 18. 2024

어렵지 않아. 첫 발만 내딛으면 돼!(1)

런린이 다이어리 31-1

※ 지난 5월 말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홋카이도대학 교정을 달렸다. 나뭇잎의 푸르름이 매력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은 누굴까?


스카이 다이빙이나 수상 스키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 번지 점프를 망설임 없이 뛰는 사람? 고속으로 눈길을 헤치고 나가는 스키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클라이머? 아래가 보이지도 않는 아찔한 경사를 타고 질주하는 스노 보더?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은 '초보자'다.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내 나이 40 후반. 지난 10년간, 즉 40대 때 여러 가지 도전을 해 본 것 같다. 더 늦지 않게 이것저것 도전해 봤다는 것이 다행이다. 2014년에는 스노보드를 배워봤고, 2016년부터는 수상스키에 푹 빠졌다. 2019년부터 필라테스를 배웠다. 그리고, 2022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부터 독서하는 습관을 들여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사실 운동이든 독서든 무엇인가를 새로 배워서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백지상태에서 하나씩 경험과 지식을 채워 나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급하다. 스노보드나 수상스키를 시작하면 금방 남들처럼 화려하고 능숙하게 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 몸이 운동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어색하고 동작이 잘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필라테스를 시작할 때, 모든 것이 낯설었다. 수상스키를 하다가 손목에 무리가 와서 재활병원에 갔다가,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필라테스 등록부터 멋쩍었다. 그 당시만 해도 필라테스가 여자들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라테스 센터를 등록하러 가는 것조차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일까 봐 두려웠다. 굳이 여자들 사이에 운동하겠다고 찾아가는 응큼한 중년 아재처럼 보일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처음에 필라테스 센터를 알아보면서, 남자 코치가 있는 센터부터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인 추천을 받아 집 근처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그래도 단체보다는 1:1 수업이 덜 부끄러울 것 같아서, 비싸더라도 1:1 수업으로 등록했다. 역시 여자들 사이에서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백배였다.


첫 수업 날, 운동복은 뭘 입어야 할지부터 고민됐다. 그냥 츄리닝 바지에 반팔 면티를 입고 갔다. 담당은 여성 선생님이었다. 역시나 시작부터 뻘쭘했다.


'그래도 여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이다 보니, 남자인 나는 금방 잘 따라 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지?' 그래도 정식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회사 피트니스에서 버피 테스트, 스쿼트, 런지 등 꾸준히 운동을 해오던 터라, 괜한 자신감에 불탔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빠르게' 사그라드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바로 스트레칭부터 '그래도 나 운동 좋아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산산이 부서졌다. 내 몸이 어찌나 뻣뻣하던지. 게다가 본 운동 들어가서는 내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어진 스쿼트, 런지 등 하체 수업을 하고 몸과 마음이 탈탈 털려, 멘털이 털린 채 멍하게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심지어 내 몸인데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감도 오지 않는 큐잉(티칭을 의미하는 필라테스 용어)도 있었다. 예를 들면, 회사 피트니스에서 그냥 엎드려서 버티기만 하던 플랭크인데, 필라테스에서는 엎드린 자세에서 어깨가 U자로 꺼지지 않게 윗등을 위로 채우고, 허리가 아래로 꺾이지 않게 복근을 위로 밀어 올리되, 골반을 조여서 골반이 높게 뜨지 않도록 하라는 큐잉을 받았을 때, '이게 이렇게 복잡한 동작이라고? 그나저나 이게 동시에 가능한 거야?'라는 생각에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가 막연했다.


다른 동작을 배우면서는 어깨가 솟으니 겨드랑이를 조이라는 큐잉을 받았을 때, 대체 겨드랑이는 어떻게 조이는 거지? 모르는 것, 이해할 수 없는 큐잉 투성이었다.


못 알아듣고, 잘 따라 하지 못하는 것이 민망했다. 그리고 옆에 여자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동작을 하는데, 나는 이미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창피했다. 첫날 수업하고, 민망함에 가기 싫어졌다.


하지만 수상스키 타다가 근육에 무리가 와서 재활병원 추천으로 시작한 필라테스다 보니, 그리고 10회를 이미 결제를 했다 보니, 두 눈 딱 감고 계속 다녔다. 그렇게 배우면서 조금씩 센터 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필라테스도 서서히 익숙해졌다.


그렇게 필라테스를 배운 지 3년이 지났다.


필라테스란 운동이 배우면 배울수록 큰 근육에서 작은 근육 사용법으로 수업 난이도가 높아졌다. 나는 하기 어려운 동작이 난이도가 어려운 동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평소 의식적으로 쓰지 않았던 미세 근육을 인지하고 사용하는 난이도로 이어졌다.


몸을 섬세하게 쓰는 법을 배우면 배울수록 필라테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금도 주 1회 일산 라페스타 인근 모임필라테스(Moim Pilates)에서 꾸준히 배우고 있다. 참 알면 알수록 같은 동작이라도 몸의 쓰임이 무궁무진한 재미있는 운동이다. 예를 들어 같은 스쿼트 동작도 발의 넓이에 따라, 스쿼트 속도에 따라, 이용하는 기구에 따라, 동작의 변화에 따라 어찌 그리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계속>



일산 라페스타 인근 모임필라테스(Moim Pilates)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지 3년간 내 몸의 세세한 근육을 쓰는 법을 익히고 단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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