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30-1
※ 사진에서 지난 5월 말 일본 삿포로시에 위치한 홋카이도대학 교정의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달렸다.
매일 달리다 보면 우리 몸의 적응력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면, 조금만 달려도 종아리는 아파오고,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이 숨이 거칠어진다. 정말 이러다 심장이 터져 죽겠지 싶다.
그런데 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 또 다음날 뛰다 보면 나도 느끼지 못한 사이에 다리 근육에 힘이 붙는다. 어제보다 조금 더 뛰기 편해졌다.
이번 토요일은 쉬지 않고 1km, 다음 주 토요일은 쉬지 않고 2km, 그다음 주 토요일은 3km 주말마다 1km씩 거리를 점진적으로 늘렸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4.7km 거리의 일산호수공원을 1바퀴 넘게 달린다.
사실 나는 무슨 운동이든 시작할 때, 급하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몸은 운동에 적응이 안 되어 있는데, 첫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결국 다음날 온몸이 근육통으로 괴롭다. 그러면, 심리적으로 '운동=괴로움, 고통'이라는 심리적인 프레임이 짜여서, 운동할 생각만 하면 괴로움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매년 초가 되면 건강 관리를 위해 큰 마음먹고 운동을 시작하는 지인들이 많다. 하지만 첫날부터 과하게 시작하더니 한 달이 지나면, 이런저런 이유로 운동을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도 몇 차례나 그랬다.
그래서 무슨 운동이든 천천히 내 몸 상태에 맞춰 늘려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양으로 시작해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이 방법의 단점은 천천히 늘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운동 효과가 없어 보인다. 운동하면 죽을 만큼 힘들어야 하고, 땀을 비 오듯이 쏟아야 하는데, 예상보다는 할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육통이나 고통이 있어야만 근육이나 체력이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에 크게 운동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 '과연 이 정도로 운동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꾸준히 하면 운동이 된다.
대신 장점은 몸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도가 느리기 때문에 오히려 내 몸의 상태를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첫날부터 무리해서 5km를 달린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죽을힘을 다해 5km를 달린다. 운동량은 만족할 법하나 '죽을힘을 다해' 달리기 때문에 내 몸 컨디션을 차근차근 볼 여유가 없다.
하지만 천천히 달린다면 어떨까? 1km를 달리다가, 1km가 편해지면 2km로 늘린다. 그렇게 매주 1km씩 늘려가면서 내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그렇게 몸이 달리기에 적응해 가는 것이다.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몸에 과부하를 걸어버리면,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내가 달리기에 취미를 들였다고 하면, 주변에서 하나같이 묻는 질문이 있다.
"무릎은 괜찮아? 나도 달리기를 해봤는데 무릎에 통증이 와서 그만뒀어."
무릎에 무리가 온 까닭을 생각해 보면, 평상시 운동을 안 해 무릎을 잡아주는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며 달리다가 무릎에 무리가 온 것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달리기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가지만 다행히도 무릎에 통증을 느낀 적은 없었다. 거리와 속도를 천천히 늘려가면서, 다리 근육에 천천히 힘이 붙었다. 그래서 무릎에 통증이 없었다. 결국 몸이 운동에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운동을 꾸준히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