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29-2
잘 달릴 수 있을까잘 달릴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달리기 위한 컨디션 조절에 예민해진다. 예를 들면 평균 기상 시간을 기준으로 최소 6시간 수면 시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면을 취한다. 오후 9시~10시쯤 잠자리에 들면, 새벽 4시에 깨면 6시간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주말에는 5시까지 자기도 하지만, 대부분 4시 좀 넘어 깨서 잠을 못이루고 뒤척이다가 일어난다.
운동을 하면서 내 생활 패턴이 변했다. 10년 전만 해도 퇴근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12시 넘겨 자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운동, 특히 새벽 운동을 하고 나서부터는 생활 패턴을 바꿨다. 사실 퇴근하고 나서 이것저것 분주하게 하지만, 결국 영양가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약속 없는 날 침대에 삐딱하게 누워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그럴 바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면 어떨까?'
퇴근하고 저녁에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저녁 운동은 연속성이 보장이 안된다. 이런저런 일정이 생기면, 운동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기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저녁 시간을 비워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새벽 운동이 딱 이었다. 마음먹기에 따라 매일 할 수 있었고, 하루의 시작을 나에 대한 투자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달리기에 빠지기 전에는 새벽에 피트니스에서 스쿼트, 런지, 플랭크, 케틀벨 스윙, 버피 테스트 등 여러 가지 동작 위주로 운동을 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로 회사 피트니스가 문을 닫으며,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그 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새벽 달리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평소 새벽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저녁 술자리가 생기면 가급적 과음은 피하고자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저녁 일정이 없는 날은 항상 충분한 휴식을 통해 몸에 걸린 부하를 줄이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나의 컨디션은 그날그날 다르다.
가끔은 운동선수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훈련도 훈련이지만,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한 컨디션 조절을 '잘' 한다는 것 자체도 대단하다. 경기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스스로 조절하기가 어려운지를 실감하니까, 야구 경기를 보며 내가 응원하는 선수들이 부진해도 화가 나질 않는다. 다만,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도 컨디션 조절이 어렵고 까다로운 것은 마찬가지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2년 가까이 꾸준히 달리면서 어느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몸을 움직이면 된다."
몸이 무겁거나 기분이 쳐졌을 때, 억지로라도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다. 몸이 쭉쭉 늘어나는 느낌이 들면 몸이 좀 풀리는 것 같다.
그리고 워밍업으로 10분 정도 빠른 걸음 속도로 달린다. 그러다 보면 몸에 열이 오르면서 몸이 제법 가벼워 진다. 그제서야 내 페이스대로 달리곤 한다.
그래도 컨디션이 회복이 안될 수 있다. 그런 날은 몸을 푼다는 기분으로 저강도~중강도로 계속 달리거나, 걷는다.
아무리 조절을 해도 내 컨디션이 항상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만의 방법을 찾아 컨디션을 끌어올리니 꾸준하게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달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개운하다.
지난 10월 아버지 상을 치르고, 다음날 아침에도 일산호수공원을 달렸다.
상을 치루며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아버지께 "저 지금까지 처럼 그래도 열심히 살께요. 걱정마세요."라고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벽에 집을 나서 호수공원을 달렸다. 그리고 달리고 나니 슬픔이 한결 가셨다. 달리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컨디션 조절은 어렵다. 아무리 신경써도 수면, 날씨, 음주 등 여러 요인으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달리면 조금씩 체력이 쌓인다. 컨디션 난조로 하루나 이틀을 쉬엄 쉬엄해도 다음날이면 정상 컨디션으로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무겁던 몸도 일단 달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풀리곤 한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운동을 하러 나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