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29-1
내일은 컨디션이 좋아야 할 텐데..
달리기에 푹 빠지고 나서 다음날 아침 컨디션에 부쩍 신경 쓰고 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주로 이른 아침 시간인 6시에 운동을 하다 보니, 다음날 컨디션이 유달리 신경이 쓰인다. 아무리 조절하려 해도 컨디션은 매일 다르다.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으면, 그날 달리기에 바로 그 영향이 나타난다.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더 빨리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달리기 싫어진다. 쉽게 말해서 그냥 다른 날보다 '더' 힘들다.
보통 컨디션이 평소보다 떨어지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수면 부족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밤에 선잠을 자주 잔다. 즉, 밤새 종종 잠에서 깬다. 40대 초반만 해도, 밤에 푹 자는 편이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새벽에도 2~3번 깨고, 새벽 4시~5시 사이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밤 잠을 심하게 설치는 날은 아침에 일어나면 몸과 정신이 개운하지 않다. 특히 머리가 멍하다. 그런 날은 유독 컨디션이 취약해, 몸이 무겁다. 달리기를 시작해도 첫 10분은 다리와 몸이 무겁다. 무거운 몸을 억지고 끌고 뛰다 보면 컨디션이 겨우 회복되곤 하지만, 평소 달리던 거리를 다 못 채우기가 일쑤다.
두 번째, 과음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저녁에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코로나19로 직장 회식 문화가 크게 바뀐 것이 다행이다. 코로나 이전에만 해도 밤 11시~12시까지 술자리는 기본이었다. 그랬는데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술자리가 늦어도 밤 10시면 끝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는 술이 약한 편이어서, 술자리에서 금방 취하는 편이다.
과음을 하면 컨디션 조절에 안 좋은 것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잠들면 금방 잠들지만, 평소보다 더 선 잠을 자는 것 같다. 그리고 새벽 4시면 이미 몸과 정신이 깨 버린다. 혹자는 술 마신 다음 날 운동하면 간에 부담이 크게 가기 때문에 만류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운동하고 땀을 흘리고 나면, 체내 알코올이 빠져나간 기분이 들기 때문에, 굳이 운동을 하러 간다. 하지만 확실히 평소보다 몸이 무겁고, 심리적으로 평소보다 더 힘들다. 술 마신 다음 날은 1km~2km 천천히 달리다가 걷는 패턴이 대부분이다.
세 번째는 휴식 없는 운동으로 몸이 지쳤을 때다. 운동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항상 간과하는 것이 휴식의 중요성이다. 달리기도 무리한 근육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아침 달리는 것이 강박이 되다 보면, 매일 달리게 된다.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불안하고 찝찝하다. 그래서 매일 무리해서 달리게 되면, 어느 날 다리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진다. 그런 날은 한 발, 한 발 달리는 것이 무겁다. 또는 발바닥 감각이 둔탁하다. 신발과 발바닥 사이에 무언가 층이 생긴 것 같다. 물론 조금 달리다 보면 컨디션이 회복되긴 하지만 평소보다 달리고자 하는 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네 번째는 아플 때다. 감기, 몸살, 장염 등 아프면 알단 무조건 쉰다. 빨리 나아서 다시 뛰어야 하니까. 또한 과도한 달리기로 발목이나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있으면 쉰다. 쉴 때는 쉬어야 한다. 하지만 운동에 '푹' 빠지면 쉬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날씨 영향도 크다. 나는 주말에 일산호수공원을 달려서 날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컨디션 관리가 안될 때가 많다. 아무리 날이 더워도 그나마 새벽 시간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달릴 만 하지만, 문제는 습기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에는 습기가 많다. 그런 날 달리면 몸이 마치 물먹은 솜마냥 무겁다. 슬슬 달리는데도 몸이 무거워, 결국은 5km를 다 못 채우곤 한다. 그나마 3km 이상 달린 것이 용할 정도다. 이런 날은 차라리 냉방이 잘되는 쾌적한 피트니스에서 달리는 것이 훨씬 낫다.
겨울도 문제다. 새벽 졸린 눈을 비비고 달리러 나갔을 때, 양 볼을 사정없이 때리는 겨울바람을 맞으면, 달리고 싶은 의욕이 싹 달아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봄과 가을이 운동하기 좋다고 하는 가 보다.
이런저런 이유로 컨디션이 안 좋으면, 확실히 평소보다 달리는 것이 두 배 이상 힘들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