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5-1
지난 1년 반동안 내가 꾸준히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왜 나는 쉬는 날 없이 매일 아침 뛰었을까? (사실 매일 뛰었다고 말하기엔, 휴식, 기상 또는 업무상 일정으로 못 뛰는 날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날일수록 뛰고 싶은 마음은 더 강렬해졌다. 휴식 차원에서 쉬는 날에는 일산호수공원을 걸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첫 1년간은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며, 느낄 수 있었던 희열감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300m 뛰는 것도 힘들었었지만, 매일 뛰다 보니 체력, 기록과 거리가 조금씩 늘어났다.
첫날은 500m 뛰는 것도 힘들었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종아리와 허벅지에 부하가 걸리면서 육체가 힘들다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다음 날은 호흡도 조금은 안정되고, 몸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약해져서, '체력이 조금은 향상되었구나'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체력이 늘어남에 따라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거리도 늘어났다. 달리기 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히 하다 보면 늘어난 운동 능력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운동이 몸에 익으려면 초반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긴 하다. 갑작스러운 운동 후에 찾아오는 근육통, 운동할 때 느끼는 고통, 운동을 하기까지의 귀찮음 등 진입장벽이 운동하는 것을 두렵게 만든다.
달리기도 진입장벽으로 치면 운동 중에 최상위급 진입장벽이 아닌가 싶다. 나도 러닝을 시작하기까지 마음의 준비만 수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운동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늘어가는 운동 능력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내가 성장했다는 성취감! 이것이 많은 운동 마니아들이 운동에 몰입하게 만드는 큰 동기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깐.
그리고 이러한 성취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스마트 기기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스마트 와치는 내 운동 기록을 측정하기 용이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갤럭시 와치 4를 쓰고 있다. 이런 기기들을 잘 활용한다면 나의 성장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나 역시도 스마트워치 사용에 부정적이었다. 스마트폰 사용하면서 업무상이든 개인적인 내용이든 광고성 메시지이든 내 생활이 다양한 실시간 메시지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도 스마트폰이 내게서 떨어져 있을 때만이라도 이들 메시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런데 스마트워치를 쓰면서, 다시 내 손목에 족쇄를 채우기는 싫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스마트 와치를 구입할 때, 쳐다도 안 봤다.
달리기 초기에는 스마트 와치 없이 뛰었다. 다행히 내가 뛰는 일산호수공원에는 0.9km, 1.9km, 2.9km, 3.9km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서 달리는 중간중간 내가 뛴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지니고 달리니, 운동 시간과 거리 그리고 속도 정도는 스마트폰으로 측정되었다. 하지만 숨 가쁘게 뛰면서 손에 있는 또는 어깨에 찬 스마트폰을 꺼내서 잠금을 풀고 시간이나 세부 거리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보다 정확한 거리, 시간 기록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다 보면 내가 얼마만큼 달렸는지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다. 0.9km, 1.9km, 2.9km, 3.9km 등 1km 간격으로 이정표가 서 있다.